ADVERTISEMENT

<사설>북한 지원창구 혼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기근으로 시달리는 북한주민을 돕자는 민간차원의 지원활동이 확산되면서 최근 일부 사회단체나 종교단체가 독자적으로 북한과 접촉,식량 등을 전달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북한의 식량난이 한시를 다툴만큼 위급하니 정부가 단일창구로 지정한 대한적십자사를 우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다.피해지역주민에게 훨씬 신속하고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북(對北)정책의 여러 측면을 고려해 한적(韓赤)창구로의 단일화 방침을 굳히고 민간단체들의 자제를 권하고 있다.이를 두고 일부 민간단체는 옥외모금활동 등 실정법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한 관계당국의 규제움직임과 아울러 정부의 지원정책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많은 민간단체들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까지 굶주리는 동포를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은 북돋워야 할 우리의 고귀한 자산이다.지원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우리의 이러한 순수함이 조금도 왜곡되지 않고

그대로 북한동포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여러 경로를 통해 직접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동포와 우리 사이엔 북한체제라는 장벽이 가로 놓여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기회있을 때마다 정부와 국민을 이간시키려는게 북한체제다.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남한의 사회.종교단체들이 개별적으로 직접 지원할 것을 부추겨 왔다.각 단체의 경쟁심과 공명심을 이용하자는 속셈이다.이러한 접촉은 전통적으로 정부당국을 배제하고 제정당.사회단체와의 접촉을 꾀하는 이른바 통일전선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무엇 보다 중요한 점은 대북창구에 혼선이 빚어지면 남북한 당국자회담을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구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이다.지금 단계에서 민간과의 접촉이 다양화되면 북한은 당국배제논리에 더 매달리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