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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또 가스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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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스 공급가 협상 결렬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을 공황에 빠트린 2006년의 에너지 대란이 재현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완전히 틀어막을 경우 유럽 국가들이 가스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세르게이 쿠프리야노프 대변인은 1일 “예정대로 오늘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4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혔다고 러 방송 ‘로시야’ 등이 보도했다. 그는 그러나 “별도의 가스관을 이용하는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은 차질 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실을 확인했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우크라이나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스와의 협상이 결렬돼 1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경제위기를 고려해 2009년 가스 공급가를 애초 제시한 1000㎥당 418달러에서 250달러까지 낮췄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가는 1000㎥당 179달러였다. 가스프롬은 또 “우크라이나가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밀린 가스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의 가스 공급 중단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올 4월까지 쓸 수 있는 가스 비축분이 있어 당장 심각한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단 사태가 계속될 경우 발전소나 중앙 난방 시설 등의 가동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알렉산드르 메드베데프 가스프롬 부사장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를 뽑아 쓰겠다는 위협이 담긴 편지를 보내왔다”며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전체 수입 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또 러시아가 유럽으로 수출하는 가스의 80%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2006년 1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대란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가스 공급가 협상 실패를 이유로 유럽행 가스관을 사흘 동안 잠그면서 일부 유럽 국가에서 공장과 발전소 가동이 멈추고 주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러자 유럽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손보기 위해 에너지를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옛 소련 국가에 주던 특혜 가격을 국제 시세에 맞춰 인상하는 것으로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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