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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5자 대화' 범위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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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사정 대화의 틀을 기존 3자에서 '중소기업 측'과 '비정규직 근로자 측'을 포함한 5자로 확대하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1일 두차례에 걸쳐 크게 반발했다. 처음엔 대표조직이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참여시키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상 자체가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었다.

청와대가 이 점을 수용해 비정규직 근로자 측 대신 '중소기업의 노조'로 입장을 바꾸자 두번째로 "대기업 노조와 중소기업 노조를 이간시키려는 의도 아닌가"(김종철 대변인)라고 연타를 먹였다. 김 대변인은 "정부의 말이 오락가락하고 부처마다 다른 것은 일관된 노동정책이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민노당은 '노사정 5자 대화'와 '노사정 지도자회의'의 주체인 민주노총의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당이기에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헝클어질까 관계자들은 걱정했다.

'5자 대화'를 둘러싼 정부 내의 혼선도 빚어졌다. 대통령이 언급했던 '비정규직 참여' 방침이 하루 만에 '중소기업 노조 측의 참여'로 다시 정리되는 등 충분한 검토 없이 설익은 구상이 나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달 31일 노사관계 토론회에서 합의된 '노사정 지도자 회의'의 형태에 대한 주무 장관의 설명이 혼란을 부채질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1일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할 때는 노사정 지도자 회의에 중소기업 대표와 비정규직 대표가 참석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또 "숫자로 치면 지도자 회의 멤버 6명에 2명이 추가돼 8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되는 2명에 대해선 "중소기업은 기협중앙회장이고, 비정규직은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이 없어 어떤 분을 포함시킬지 고민"이라고 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즉각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변하는 기구의 출현을 바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원덕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이 기자실을 찾았다. 이 수석은 "노사정 지도자 회의는 당초 노 대통령이 토론회 인사말에서 언급한 '5자 대화'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노사정 지도자 회의 멤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 경총과 대한상의 회장, 노동부 장관과 노사정위원장 등 6자"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임금 격차 등 현안을 논의할 일이 생기면 중소기업의 노사 측을 불러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원덕 수석은 "노 대통령의 5자 대화에 대한 언급은 향후 개편 논의를 거쳐 복원될 노사정위원회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분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했으면 좋겠다는 원칙론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에게 별도로 확인한 결과 5자 대화는 대기업 노사와 중소기업 노사, 정부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기구가 없는 만큼 중소기업 노조가 참여했으면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소기업 노조 역시 대부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포함돼 있을 뿐 별도 대표기구를 갖고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참여 주체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의 틀 확대를 언급해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남정호.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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