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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게… 더 깊게… 선진신문 개혁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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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내년 제58차 WAN 총회는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를 위해 한국신문협회는 세계신문협회 총회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전시회 ‘Info Services Expo’에 한국관을 세워 활발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상복 기자]

'저널리즘의 맏형'으로 통하는 신문. 하지만 신문업계는 최근 독자 수 감소, 타 매체와의 치열한 경쟁 등 거센 도전에 직면해 왔다. 일각에선 화려한 시절은 끝났다는 비관적인 말도 나왔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선진 신문들은 눈 앞에 닥친 도전들을 '개척'과 '혁신'이란 키워드로 뚫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신문의 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노력은 새로운 틈새 시장을 여는 등 상당한 성과로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달 31일부터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에선 세계 곳곳의 도전 및 성공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새로운 포맷=지난해 영국의 귄위지인 인디펜던트와 타임스가 경쟁적으로 판형을 대판(기존 판형)에서 콤팩트판(타블로이드)으로 전환했다. 지하철에서 읽기 편하다는 점을 고려, 젊은층과 여성 독자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계획은 들어맞았다. 채 1년도 안돼 인디펜던트는 6만부, 타임스는 3만4000부의 부수가 늘었다. 콤팩트판 제작은 독일.벨기에.스페인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WAN은 이를 '열풍'으로 묘사했다. WAN에 따르면 지난 한해 콤팩트판 형으로 전환하거나 전환할 뜻을 밝힌 신문사는 20여개에 달한다. WAN은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가 하면 뉴욕타임스처럼 컬러의 사용을 자제하는 신문사도 있지만, 신문의 '전면 컬러화' 역시 뚜렷한 추세다. 전면 컬러 시스템을 도입한 신문의 수는 지난 5년간 35%가 증가했다.

◇편집국 혁명=총회 발표자들은 신문 내용과 편집의 차별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문이 기록자로 안주하던 시절은 끝났고, '왜(Why)'와 '다음은(Next)'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이슈의 맥을 잡도록 해 주는 데 있어선 타 매체가 신문을 따라올 수 없으며 이런 장점을 더 살려야 한다는 논리다. 미디어 컨설턴트인 미국의 요한 안토니오 기너는 몇가지 예를 든다.

우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잡혔을 때 거의 모든 신문의 1면 톱은 '후세인 잡혔다'였다. 그러나 미국의 '더 뉴스 센티널'은 '다음은 무엇인가(What is next?)'를 제목으로 뽑아 눈길을 끌었다. 또 몇해 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지도자들과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은 맞잡고 있는 이들의 '손'만을 클로즈업했다. 다른 신문은 모두 전신 구도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 사진 한장에 모든 의미가 다 담겨 있었다.

◇디지털과 다각 경영='네트워크 세대를 잡아라'. 발표장마다 심심찮게 들리는 얘기다. 세계 선진 언론들은 디지털과 '모바일'기술의 발전을 신문 콘텐츠와 결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젊은층을 독자로 끌어들이고 틈새시장을 뚫고 있다. 각 정부도 신문이 문화.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스위스의 '미디어 하우스'는 신문.전화.인터넷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여기선 신문사가 지역 전화사업을 하도록 허용돼 있다. '미디어 하우스'는 스포츠 뉴스.주식 등에 관한 정보를 '모바일'등을 통해 제공한다. 이런 수익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가 넘는다.

신문사의 다각경영 역시 뚜렷한 추세. 지난해 디스커버리 채널을 인수한 뉴욕 타임스는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효율적으로 결합해 '윈-윈'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퓰리처상 수상자가 TV에 나와 이야기꾼으로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뉴욕 타임스 편집인 빌 켈러는 "이종매체 간의 연합을 통해 새로운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스탄불=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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