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음악가 재런 래니어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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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는 과학기술을 권력(power)이 아니라 열정(passion)을 위해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가상현실의 아버지’ 재런 래니어의 말이다.

그는 본래 조숙한 아이였다.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나 아홉살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열네살의 나이로 뉴멕시코 주립대학의 수학강의를 들었던 것은 천재성의 한 단면.

80년 캘리포니아주로 생활 터전을 옮겼다.프로그래머들과 교분을 맺으면서 비디오게임을 만들기 시작.수학을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방법의 연구를 위해 VPL리서치사를 설립했다.음악가 출신 프로그래머 토머스 짐머만을 만나 광학센서를 소재로한 에어 기타를 개발한게 가상현실과의 운명적 만남의 첫 단추. 어깨까지 늘어뜨린 머리카락과 이글거리는 눈빛.사이버 전위예술가로서의 진면모는 누구에게도 별로 낯설지 않다.하지만 현실세계는 냉혹했다.자신의 VPL은 재정위기를 넘기지 못해 프랑스 톰슨사로 넘어갔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문화적 영향에 관한한 트로이의 목마와 같다.사람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면 프로그래머의 문화적인 전제(專制)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퍼올릴 수 있는 풍부한 창의성은 전적으로 사용자들의 다양성에 달려있다.(이 다양성 대신)단일문화를 창출해내려 한다면 그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것과 같다.”

자유·개성·다양성… 어디서 들어본 듯하다고? 미국의 60년대 젊은이들이 기억난다고? 그래서 래니어나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디지털시대의 히피,사이버펑크(Cyberpunk)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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