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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매일 1만원씩 모아 고향 인재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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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38년간 수입을 쪼개 모은 돈으로 이웃을 돕고 있는 약사가 있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리에서 ‘박약국’을 운영하는 박명식(66·사진) 씨가 주인공이다.

박씨는 최근 자신이 장애 아동들을 위해 세운 청명장학회에 장학금 5780만원을 내놓았다. 이 장학금은 청산산업단지 부지로 수용되는 그의 밭(2425㎡)에 대한 토지보상금 전액이다. 옥천군이 2011년까지 401억 원을 들여 기업유치를 위해 청산삽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수용한 땅의 일부다. 박씨는 5년 전에도 1억원을 장애아동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30여 년간 매일 1만원씩 모은 돈이다.

박씨는 중학교 1학년 때 때 ‘급성 관절염’을 앓은 뒤 지금까지 지팡이나 목발 없이는 걷지 못한다.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이다.

충북대 약대를 졸업한 그는 수도권에서 2년간 고용약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1970년 많은 고향으로 내려와 약국을 차렸다. 그는 “시골에는 형편이 어려워 배움의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학생이 더 많다고 생각해 고향으로 가서 이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약국을 연 뒤 날마다 1만원씩 모았다. 그는 “‘날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라는 의미에서 하루 1만원을 모으기로 결심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처음 약국을 열 때만 해도 하루 수입이 1만원이 안 돼 결심을 지킬 수 없었던 날도 허다했다고 한다. 2003년 그 돈이 1억원을 넘자 장학기금으로 내놨다. 33년을 모아서 장학기금을 만든 것이다.

옥천군장애인협회는 박씨가 5년 전에 기부한 성금으로 지금까지 각 읍·면별로 장애인 자녀와 학생,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매년 20~23명을 선발해 한 사람당 400만~5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매년 ‘장애인의 날’이 장학금을 전달하는 날이다.

박씨는 이와는 별도로 고향 후배들을 위해 78년 충효장학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해마다 10여 명의 중고생에게 200만∼30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주민이나 노인들에게는 약값을 받지 않아 ‘자선약사’로 불린다. 13년 전부터는 매년 지역 노인 100명에게 효도관광도 보내주고 있다. 2004년 청룡봉사상과 2006년 장애인의 날 유공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박 씨는 “가정 형편이나 장애 때문에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 만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전문직업인인 약사로서 일하며 지역사회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서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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