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전불감증 사회의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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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낮 도심에서 또 가스가 폭발했다.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긴 하지만 똑같은 대형사고가 똑같은 유형으로 되풀이되는 사태를 앞으로 몇번이나 더 겪어야 할지 정말 한심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이번 가스폭발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수준이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너무나 부끄러운 사고다.안전불감증에 심한 건망증까지 겹친 구제불능의 사회인가 하는 절망감마저 든다.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이 있은지 2년째고,아현동 사고로 따지면 3년만이다.대구 사고로 1백명이 숨지고 1백10여명이 부상했다.아현동 사고로 12명이 숨지고 6백여명의 이재민을 냈다.그때마다 다짐했다.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고.그런데도 한두해마다 같은 사고를 거듭 되풀이하고 있다.모두가 간단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인재(人災)였다.안전불감증의 사회가 갈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과다.

사고의 첫 요인이 부실한 가스매설도면이다.도면이 부실하니 가스관이 매설됐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이러니 하수관 이설작업을 하던 굴착기가 가스관을 파손시켰다.바로 옆에서 용접중이던 불꽃이 유출가스에 번져 대형 폭발로 이어졌다.크게 전문적인 안전수칙을 요구하는게 아니다.가스관주변은 수작업이어야 마땅한게 상식이다.그런데도 굴착기가 동원됐다.노출된 가스관 옆에서 용접을 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는 부주의다.대충 대충,빨리 빨리 끝내자는 공사현장 분위기가

작은 실수로 이어지고 이것이 대형 사고로 확대된 것이다.대구에서도 그랬고,아현동 사고도 똑같은 전철을 조금도 반성없이 답습한 우리 사회의 추한 단면이다.

현재 공사중인 지하철공사장만 28곳이고,그 주변에 30㎞가 넘는 가스관이 매설돼 있다.지금처럼 안전불감증에 느슨해진 사회기강으로는 마치 지뢰밭을 걷듯 거리를 다녀야 하는 공포의 사회가 된다.엄중한 책임추궁과 안전수칙을 작업현장의 생명으로 여기는 풍토의 진작이 사회운동으로 확산되지 않고선 이 고질병이 고쳐질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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