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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 현역의 비결? 쉬는 순간 녹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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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67)는 ‘기록’의 성악가다. 101번의 커튼콜과 80분의 박수(1991년 베르디 ‘오셀로’ 공연, 오스트리아 빈)를 받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시즌 개막 공연에 21번 출연한 것은 다른 성악가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기록으로 남았다.

내년, 도밍고는 기록 하나를 추가한다. 두 번의 ‘데뷔’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주역을 맡고, 현대 오페라인 ‘일 포스티노’에서 시인 파블로 네루다 역으로 출연한다. 1959년 데뷔한 뒤 지금까지 오페라에서 맡았던 역은 126개. 68세에 2개를 추가하며 가장 많은 레퍼토리를 보유한 성악가의 자리를 굳힌다. 한편으론 성악가 ‘전성기’의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지치지 않는 비결=“쉬는 순간 녹이 슬죠.” 도밍고는 e-메일 인터뷰에서 수퍼맨 성악가의 비결을 묻자 간단한 답을 보냈다. 그는 독창자로서뿐 아니라 오페라 행정가(LA와 워싱턴의 오페라단), 지휘자 등으로 한해 수십 번 무대를 만들고, 직접 공연한다. “특별한 체력 관리를 하지는 않아요. 체육관보다 공항·공연장·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죠. 휴가 때조차도 악보를 보고, 공연을 수정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그는 “바쁜 것이 수퍼맨의 비결”이라고 정리했다.

도밍고는 90년대의 전설적인 ‘스리 테너’ 중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보다 남성다움이 강조된 표현력, 호세 카레라스(62)에 비해 튼튼하고 쭉뻗는 소리가 특징이다. 췌장암으로 사망한 파바로티,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 아래 오페라 무대에는 거의 서지 않는 카레라스가 ‘지난 시대’의 테너가 된 사이에 도밍고는 변하지 않는 파워로 활약 중이다.

◆승부수는 연륜=“젊은 시절 컨디션 그대로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죠. 젊은 시절에 비해 동료들이 늘어나 지속적으로 내 의욕을 부추긴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고요.” 도밍고는 부담이 적은 편인 독창회, 크로스오버와 같은 작업 대신 정통 오페라 레퍼토리로 승부하는 동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대의 나이에 바리톤으로 출발했던 도밍고는 힘든 과정 끝에 음역을 높여 테너로 바꿨다. 최다 출연 기록(225회)을 가지고 있는 푸치니 ‘토스카’의 카바라도시 등 테너 특유의 화려한 역할을 주로 해왔다. 최근에는 다시 바리톤 역에 주력 중이다. 내년 데뷔 역할 또한 바리톤이다. 그는 “젊은 시절과 똑같이 노래할 수는 없지만 다른 승부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도밍고는 새해 1월 13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다. 2001년 ‘스리 테너’ 이후 8년 만의 내한이다. 독창회 형식으로는 95년 이후 14년 만이다. 프로그램은 바그너의 ‘발퀴레’, 푸치니의 ‘토스카’ 등 클래식 아리아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문의 1577-5266

현대카드 슈퍼콘서트Ⅳ-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
1월 13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 경기장/8만~25만원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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