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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은평을 출마 결심, 친이-친박 갈등 ‘뇌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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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 10면

1.이명박-박근혜 권력 분점할까
이 대통령이 대대적 국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이자 의원 50∼60명을 거느린 계파 수장인 박 전 대표의 도움 없이는 국정 운영의 동력이 상당 부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집권 핵심부의 고민이다. 박 전 대표로서도 10년 만에 집권한 보수 정권의 실패가 차기 집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국정에 ‘강 건너 불구경’하는 비주류 행보를 계속하는 데 부담이 적지 않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두 사람이 이제는 담판을 지어야 한다”며 “성공을 위해 같이 갈 것인지, 단독으로 갈 것인지는 결국 대통령의 정치력에 달렸다”고 했다.
이런 여론에 따라 이 대통령과 친이 주류 측은 박 전 대표를 끌어안기 위한 몇 가지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연초 개각에서의 친박 인사 기용이다. 김무성·허태열 의원의 행정안전부 장관설이나 최경환·유승민 의원의 지식경제부 장관 가능성이 제기된다.

2009년 정치권 4대 관전 포인트

하지만 결국은 이들 ‘빅2’가 각자 ‘마이 웨이’를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훨씬 더 많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와의 과감한 권력 분점이 자칫 조기 레임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최대 난제다. ‘일관성’을 정치적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는 박 전 대표도 갑자기 이명박 정부에 대한 태도를 바꿀 명분이 많지 않다. 이미 친박계 의원 상당수가 “이 대통령이나 측근들이 박 전 대표와 국정 운영을 같이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현 상황이 우리에게는 최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둘 사이의 관계는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 계기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다. 내년 4월 또는 10월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서울 은평을 보궐선거에 이 전 최고위원이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핵심 측근은 “내년 귀국할 예정인 이 전 최고위원이 입각하거나 다른 공직을 맡지 않고 정면으로 보궐선거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한 것으로 안다”며 “참모들이 이미 선거에 대비해 조직 재정비 계획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 지도부 개편 문제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따른 친이-친박의 계파 갈등과 내년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론이 나올 수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도 상황이 복잡하다. 10%대의 낮은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민주당은 선명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를 둘러싼 당내 노선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쟁점 법안 저지나 내년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지도부 교체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개헌 문제는 내년에도 공론화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정치권에는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만든 ‘미래한국헌법연구회’와 김형오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라는 두 축에서 개헌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이유로 개헌 문제에 부정적인 청와대와 친이계 의원들이 공론화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2.설 전후 개각 폭 얼마나
내년 설 전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개각과 관련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친정체제와 탕평인사의 조합이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MB 드라이브의 선봉에 서야 할 청와대와 당은 친정체제 강화로, 내각은 통합 내각으로 가는 게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탕평 내각은 전(前) 정권 인사, 친박 인사, 호남·충청권 인사를 고루 발탁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거취는 지난 6월 인사 때처럼 한 명이 교체되면 다른 한 명의 유임 가능성이 커지는 일종의 반비례 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리의 신임은 대통령이 이번 개각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대대적 국정쇄신으로 볼 경우 교체 가능성이 있고, 일부 문제 있는 장관만 바꾸는 ‘땜질식’ 개각에 그친다면 유임될 가능성도 있다. 정 실장은 유임설이 많지만 업무 능력이나 조직 장악력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개각에서는 청와대 참모진, 내각의 인사 교류와 함께 당 일부 인사의 입각도 예상된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입각 가능성도 있지만 내년 5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점이 변수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예산안 통과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으로 청와대로부터 ‘점수를 딴’ 이한구 예결위원장과 박진 외통위원장의 입각설도 나온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 경제팀은 교체 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장관 10명을 바꾼들 강 장관을 교체하지 않으면 국정쇄신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강 장관 교체와 함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자연스럽게 사퇴하면서 전체 경제팀을 새로 짜는 구도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후임 경제부처 장관에는 금융통인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과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석동· 진동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거론되지만 의외의 인물을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3. MB ‘불도저 리더십’ 성패는
이상득 의원이 사석에서 측근인 권철현 주일대사에게 한 말이 있다. 이 의원은 “모든 면에서 내가 (동생인 이 대통령보다) 나은데 딱 하나 ‘깡다구’만은 도저히 못 따라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 교통 시스템 개편을 밀어붙인 MB의 ‘깡다구’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내년이다. 경제위기 대처와 별도로 MB 프로젝트 승부수가 집권 2년차에 던져질 것이란 예상이다. ‘국정개혁→지지율 상승→지방선거 승리→국정 재(再)드라이브→정권 재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운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29일 4대 강 정비사업 착공식에 한승수 국무총리가 참석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치적 논란과 관계없이 상황을 봐 이 대통령이 대운하 문제의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다른 깜짝 프로젝트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추진을 들고 나와 집권 후반기 승부수를 던진 것과 유사한 길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서는 한·일 해저터널 가능성을 진지하게 모색 중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용 토목공사가 필요하다면 정치적 논란이 심한 대운하보다 한·일 해저터널로 방향을 돌리는 게 나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윤영 의원은 “해저터널을 건설하면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해저터널과 관련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검토하겠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 한·중 FTA, 몽골 특수(特需) 프로젝트, 교육제도 개혁, 지방행정 개편 및 지역 토호비리 척결처럼 확실하게 손에 잡히는 집권 2년차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 2010 지방선거 일찍 불붙나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공천 등을 둘러싼 정치권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해 “재선에 도전하려면 당내 경선부터 치러야 한다”고 할 만큼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차기 대권을 꿈꾸거나 이참에 몸값을 높이려는 정치인들이 서울시장직에 관심이 많다.

이미 재선 도전 의사를 피력한 오 시장의 경우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지만 올해 총선 때 뉴타운 문제 등으로 의원들과 갈등을 빚은 점 때문에 당내 경선이 부담스럽다. 당내에서는 원희룡·권영세·정두언·나경원·박진 의원 등의 이름이 거명된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민주당은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서울시를 장악하겠다는 ‘지방선거 필승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당내 인재위원회가 이미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광범위한 물색 작업을 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과거 조순 서울시장을 영입한 것처럼 참신한 인사를 발굴하는 데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처럼 참여정부 때 고위직을 지낸 인사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2006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였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이름이 나온다.

광역단체장 ‘빅2’로 꼽히는 경기지사의 경우 당내 인사 간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김문수 경기지사의 당내 입지가 굳건한 가운데 임태희 의장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김진표 의원 등 주로 경기 지역 출신들이 경기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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