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땐 北과 직접 대화" 밝힌 케리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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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핵개발 문제는 물론 병력 감축과 남북통일 등이 포함된 한반도 문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케리 후보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다룰 아무런 계획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중대한 실책을 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6자회담을 부시 행정부의 대북 핵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무화과 나뭇잎'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나는 두가지 대화를 모두 하겠다"고 말했다. 6자회담과 함께 북.미 직접 대화를 병행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케리 후보가 핵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중국의 민감한 입장을 감안해 병행론을 편 것으로 해석했다.

케리는 또 북한 문제를 냉정한 현실론에 입각해 다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자신의 외교안보 참모진이 자신에게 "우리는 김정일에게 환상이 없었다. 김정일이 면전에서 우리를 속이고 돌아서서 말썽을 일으키는 인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대화를 했던 것은 북핵 검증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관계를 단절하는 것보다 "관계를 유지하고 개입하는(engaged)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케리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당선될 경우 클린턴식 대북 개입정책으로 복귀하겠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김정일-클린턴 정상회담을 통해 ▶핵▶미사일▶정전협정 폐기▶테러 지원국 해제▶관계 정상화 등이 포함된 일괄타결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해 연말 미 대선 투개표를 둘러싸고 플로리다주에서 논란이 일자 클린턴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따라서 4년 전 클린턴이 중단한 지점을 자신의 대북 정책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케리가 이번에 밝힌 셈이다.

한편 미국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는 케리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30일 사설을 통해 케리가 부시 대통령을 겨냥해 "(동맹을) 설득해야 할 때 협박했고, 한 팀을 꾸려야 할 때 독불장군식으로 갔다"고 비판한 대목을 들어 "이라크와 여타 상황을 보면 그 비판이 정확하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외교적 실패를 복원하기 위해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케리의 지적 역시 옳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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