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태중 계좌와 김현철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현철(金賢哲)씨의 핵심측근인 박태중(朴泰重)씨의 계좌에서 뭉칫돈이 입출금된 사실이 드러났다.대선 직후 朴씨의 계좌에서 1백32억원이 인출되고,93년에서 95년 사이 6개 업체에서 67억원이 입금됐다는 것이다.朴씨가 유산으로 심?등 몇몇 업체를 운영했다고는 하나 입출금된 돈의 규모나 관련업체의 성격으로 볼 때 이 돈은 朴씨의 것이라기 보다는 현철씨와의 관련성이 높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현철씨 비리의혹의 중요한 단서가 드러난 셈이다.

돈의 정체는 검찰의 수사가 더 진행되면 분명해지겠지만 일단 두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인출된 것은 朴씨가'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쓰고 남은 대선자금이고,입금된 돈은 현철씨측의 이권개입 흔적이라는 것이다.검찰은 이

들 돈의 출처수사에 차별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대선자금은 전직대통령의 경우에도 수사한 예가 없는데다 당장 파헤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수사의 초점이 업체에서 입금된 돈에 맞춰지리라는 얘기다.

우리 역시 검찰수사가 현철씨 비리의혹을 밝히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는만큼 수사가 朴씨통장에 입금된 67억원의 성격규명에 우선은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돈을 입금한 업체중에는 94년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된 곳도 포함돼 있다.현정

권 들어 있었던 이동통신사업.케이블TV.민간방송선정을 둘러싸고 현철씨 개입의혹이 끊임없이 나돌았었다.관련업체에서 현철씨 측근의 계좌에 거액을 입금시켰다면 사업자선정에 대한 대가이거나 각종 사업의 수주청탁을 위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

기 어렵다.돈의 성격과 그 과정에서 朴씨와 현철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朴씨의 소환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본다.朴씨는 이미 적지 않은 재산의 형성 등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그같은 의혹의 배경에는 현철씨와의 관계가 깔려있다.소환을 미룬다면 비리의 증거를 없앨 가능성도 있다.뚜

렷한 단서가 드러난만큼 멀지 않아 朴씨 계좌와 현철씨 의혹의 상관관계가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