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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정보 수집 열올려 - 미국.영국.러시아 기구개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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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냉전이 끝났다고 국제무대에서 스파이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정보의 프로들은 상황이 변한 만큼 다른 옷을 갈아입고 여전히 치열한 정보전을 전개하고있다.

스파이전의 대명사인 미국과 러시아의 첩보전은 지금 혁신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대대적인 기구.기능개편을 선언,과거의 정치.사상적 스파이전에서 산업.경제스파이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95년 6월 미.일 자동차협상에서 CIA의 막후활동.당시 CIA는 일본정부와 기업의 계산,최대 양보안(案)등 각종 정보를 수집해 미국측 대표에게 전달해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CIA의 맞수였던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도 현 러시아체제로 계승되면서 대외정보국(해외첩보담당).연방보안국(국내담당).국경경비대로 3분됐다.특히 과거 KGB의'꽃'으로 불렸던 대외정보국은 재정난을 이유로 91년이후 인원을

30%정도 줄이면서 주요활동목표를'주요적(미국)과의 전쟁'에서 지역분쟁,군비관리,국제테러대책,마약.무기밀매등'국익옹호'로 바꿨다.

독일의 연방정보국도 독일통일로 큰 변화를 맞은 케이스.과거 동독의 국가보안부와 치열한 첩보전을 벌였던 연방정보국이지만 현재의 기능은 주로 일반 경제정책이나 산업기술정보를 수집하는 쪽으로 선회했다.경제정보에 관한한 동서(東西)의 구

별없이 국가간 경쟁이 격심해졌음을 말해준다.

영국은 대(對)러시아 전담기구 M16과 아일랜드문제등 국내문제를 전담하는 M15의 병렬 첩보체제를 유지하면서 홍콩.러시아마피아 대책과 보스니아등 지역분쟁의 뒷공작등 새로운 분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중국.대만.인도.파키스탄등은 일견 냉전종식과는 무관하게 예전의 기능과 역할을 답습하는듯 보이나 지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이와 관련된 정보전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홍콩반환에 따른 통일문제의 급부상을 계기로 중국의 첩보활동을 담당하는 국가안전부와 대만의 총통직속 국가안전회의 산하 국가안전국은 정보전의 주력을 통일문제로 옮기고 있다.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양측의'국경없는 대외로비전략'도 그 일환이다.

첩보강국인 이스라엘도 미국 CIA에 해당하는 모사드,미연방수사국(FBI)과 유사한 샤바크,그리고 군정보부인 아만으로 3분된 체제는 예전과 변함없으나 중동평화와 관련,점령지역의 첩보.치안등을 전담하는 샤바크의 임무가 이란.시리아로

그 중심을 옮기는 중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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