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신 타파위해 경제共助 제안 - 김대중 총재, 위기극복 회견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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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28일 기자회견은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한시적이나마 여야 관계를 대결에서 공존으로 돌리자는게 핵심이다.

또 여야간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동참을 호소하는등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제1야당 총재로서의 고뇌도 함께 보여줬다.

현실적 조치로 우선 여야 경제영수회담을 제안했다.정치권 모두 불신의 늪에서 빠져 나가자는 제의다.

경제부총리와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경제위기 타개 공동대책위원회'구성 제안은 공존 무드를 좀더 이어가자는 생각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점은 수입 50억달러 감축 국민운동과 월수입 5% 저축운동등 범국민적 차원의 고통분담과 동참을 호소한 부분.기자회견문 작성작업에 참여했던 참모들은 이를 '신(新)물산장려운동''신 국채상환운동'으로 표현했다.

상당한 정치적 고려가 읽히는 부분으로,현재를 구한말(舊韓末)과 같은 위기로 규정하고 국민의 애국심에 정면으로 호소한 것이다.이는'구국'논의의 선점을 통해 '경제 전문가''애국애족적 정치인'으로 국민에게 비치기를 바라는 의미도 있다.

회견문작성 실무소위 정세균(丁世均)의원은“정치만 9단인게 아니라 경제도 유단자”라고 강조했다.

金총재가 내놓은 8개 항목의 당면위기 극복책은 불요불급 수입절약을 통한 수입 50억달러 감축,가계저축 증대,임금인상 자제와 급격한 감원자제등 노사협력,예산 2조원 삭감을 위한 추경(追更)예산 편성,부가가치세율 8%로 인하,금융개혁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강화,사교육비 절감을 통한 물가안정등이다.

金총재는 특히“한보사태는 관치금융이 빚어낸 비극이므로 용서할 수 없는 뇌물수수를 저지른 사람외에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나친 사법처벌을 반대해 주목을 끌었다.

국정의 초점을 경제에 모으기 위해 그는 한보의혹에 대해 신축성도 보였다.“국정조사.검찰수사등을 통해 의혹을 철저히 따져 나가야 한다”며“그러나 한보문제 때문에 경제위기 타개가 등한시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데도 정치권이 내각제 개헌등 정쟁(政爭)만 일삼는 것으로 비쳐지는 모습을 타파하려는데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회견 서두에 정치문제는 질문받지 않겠다고 못박은 점등이 그 증거다.

경제가 어려울 때 여야 지도자가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선도함으로써 金총재는 책임있고 경륜있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남기고자 한 것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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