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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없는 MBC … 노조에 휘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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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 없는 ‘다(多)공영 1민영’ 체제를 갖추고 있다. 공영방송은 기본적으로 중립성과 객관성이 생명이다. 영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BBC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공영은 많아도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권력이 바뀔 때마다 늘 편파성 시비에 휩싸여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정연주 전 KBS 사장 취임 직후부터 ‘좌파 편향’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는 논란이 일었다. 2004년엔 KBS와 MBC의 탄핵 방송이 이슈였다. 당시 방송위원회 연구 용역을 맡은 한국언론학회는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방송 보도는 편파적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왜곡된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한국 공영방송에선 왜 공정성 시비가 반복되는 것일까. 공언련은 “권력에 의해 경영주체가 비자발적으로 바뀌어 온 역사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정권이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사장 등으로 임명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KBS 사장은 1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선임한다. MBC 역시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이 추천한다. 그런데 정부가 이사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사장 추천에 개입해 왔다는 게 미디어 업계의 보편적 인식이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현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언론학회장을 지낸 광운대 이창근(미디어영상학) 교수는 “여기에 지난 5년간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행한 정파적 방송은 방송인들이 자발적으로 했다는 데 더 문제가 있다”며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고루 반영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대원칙을 위반한 반민주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선 MBC 문제는 KBS와는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회사가 노조에 휘둘리는 ‘노영(勞營) 구조’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경영진이 MBC의 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MBC는 민영도 공영도 아닌 불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데다 노조가 경영권에까지 개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신 경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최근 KBS와 달리 외부 감사를 받지 않아온 MBC를 감사원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진 의원은 “MBC는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하지 못한다는 평을 들어 왔다”며 “그러나 현행법상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방문진은 명목상의 감사 업무만 행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감독자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공영방송이 다시 서기 위해서는 정치 권력부터 방송과 고리를 끊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해법은 오랜 기득권에만 매몰되지 말고 방송사 스스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김우룡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경쟁자가 생길 것 같으면 여론 독과점이니 재벌 방송이니 하는 근거도 희박한 정치적 구호로 시청자들을 호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미디어 경쟁체제에 걸맞은 구조와 시스템을 갖추려는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윤영철(신문방송학) 교수는 “중요한 것은 방송사 스스로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쏠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방송사 자체적으로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BBC는 문제가 발생하면 자체 리포트를 수시로 작성해 발표하지만 한국 방송사들은 4년이 지난 지금도 탄핵방송이 편파적이었다는 반성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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