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세우느니 야간근무 없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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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잔업·특근 폐지에 이어 주야 각각 8시간 2교대를 주간 1교대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탄력적인 근무시스템으로 재고와 생산비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현대차는 22일 울산 공장에서 열리는 노사 경영설명회에서 노조에 이 방안을 제시하고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중대형차(쏘나타·그랜저)를 생산해 재고가 많은 충남 아산공장에 이를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휴업을 고려하다 절충안인 주간 1교대를 우선 강구하기로 했다. 노조 측도 이런 사정을 일부 수긍하는 분위기라 내년 초에는 주간 1교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야간조는 주간조 임금의 150%를 받는다. 주간 1교대로만 근무하면 인건비뿐만 아니라 공장 가동에 따른 각종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 주간 1교대로 바뀌면 야간조 작업자들은 출근하지 않는다. 휴업처럼 통상급의 70%를 받는다. 한 달에 절반 정도 일하지만 나머지는 휴업수당을 받아 월급은 휴업급여보다 많은 통상급의 85%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야간 근무는 격주로 교대해 왔다.

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나타는 내수 시장에서 올 8월까지 월 평균 1만1000대가 넘게 팔려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하지만 11월 판매량은 6502대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잔업·특근 폐지에 이어 이달 10일부터 주야 각각 5시간 근무체제로 바뀌었다. 17일부터는 근무시간이 주야 각각 4시간으로 더 줄었다. 나머지 4시간은 교육으로 대체했다.

연산 30만 대 규모의 아산공장은 지난해 29만6600여 대를 생산했다. 가동률 99%로 국내 자동차 공장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다 올해는 10월부터 수출·내수가 급감해 25만∼26만 대를 생산할 전망이다.

재고 상황이 국내보다 더 악화된 해외 공장은 주간 1교대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중국 베이징현대차 공장은 올 하반기부터 주야 2교대에서 주간조만 편성했다. 상반기 연산 30만 대의 2공장이 완공돼 생산 규모가 60만 대로 늘어났지만 올해 판매는 30만 대를 밑돌 전망이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지난달 쏘나타의 생산 재고가 4만 대를 넘어 이달 1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장규호 노조 공보부장은 “노조의 기본 입장은 휴업을 어떻게든 막자는 것이다. 주간 1교대는 휴업보다 나은 상황이지만 노조원 사이에 의견이 분분해 회사의 공식 제안이 들어오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진·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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