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본토’서 찬사받은 한국 오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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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박수가 멈추겠지’ 하고 돌아가려던 중, 극장장이 정신없이 뛰어왔어요. ‘청중이 출연진을 다시 보고 싶어 해 박수가 멈추지 않는다. 무대에 다시 나와달라’는 거였어요.”

19·20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에서 공연된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 서울시오페라단은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꺼져가는 생명을 이지러지는 달로 표현했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서울시오페라단의 박세원(61) 단장은 21일 전화통화에서 이탈리아 공연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오페라단은 19·20일 이탈리아 북부 도시 트리에스테의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에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했다. 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에서 4월 공연했던 무대 그대로였다. 출연진뿐 아니라 연출·무대장치 등 작품 전체를 통째로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공연은 5분간의 기립박수와 2회 매진(각 1300석)을 기록했다.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올해 매진된 공연은 ‘라 트라비아타’가 두 번째. 지난여름 이 극장에서 직접 기획해 올린 청소년 오페라 프로그램 이후 처음이다. 박 단장은 “공연 당일 한국 교민들이 티켓을 구하지 못해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아시아 국가에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를 제작해 올리는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현지 청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공연의 수준에 따라 냉정한 평가를 하는 이탈리아 관객들에게 10여 차례 커튼콜과 기립박수를 받은 것도 이례적인 기록으로 남았다. 주요 아리아가 끝날 때마다 터져나온 박수 또한 이탈리아 청중에게 기대하기 힘든 반응이다.

◆유럽이 원하던 무대=비결은 ‘고전적인 해석’이다. 지난 10여 년간 오페라의 현대적인 해석은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17세기로 된 배경을 21세기로 옮겨오거나, 귀족·신하와 같은 등장 인물을 스포츠 스타, 팝 가수 등으로 바꾸는 식의 연출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박 단장은 “가장 고전적인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원작에 충실한 연출을 고집해 왔다. 이번 무대에서도 베르디 원작 그대로의 배경과 음악, 시대에 맞는 무대 세트 등으로 클래시컬한 무대를 만들었다. 트리에스테 극장의 조르지오 잔파닌 극장장이 “이탈리아의 정통 벨칸토 발성으로 부르는 가수들과, 원작에 충실한 해석이 폭발적 반응을 불렀다”고 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적인 해석이 반복되는 데 질린 청중에게 고전적인 무대를 선보인 전략이 좋았던 것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청바지에 오토바이와 함께 등장하는 오페라 무대는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 원작에 충실한 표현을 고집해 온 서울시오페라단의 성과가 유럽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베르디의 5개 오페라 시리즈를 공연해 오고 있는 서울시오페라단은 청중의 반응을 꾸준히 조사해 왔다.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연출 방향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공연 때마다 청중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청중의 오페라 경험 횟수와 만족도 등을 물었다. 오페라단은 “국내의 반응과 유럽 무대 경험을 반영해 전 세계에 오페라 무대를 수출하는 사례를 계속 만들 것”이라고 계획하고 있다.

김호정 기자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1801년 개관. 한국인에게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1986년 데뷔한 곳으로 친숙하다. 밀라노·로마·나폴리에 이어 중요한 극장으로 꼽히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해적’(1848), ‘스티펠리오 ’(1850)등이 초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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