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역시 공포영화…귀신아 귀신아 너를 보여다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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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개골 복안을 소재로 한 영화 ‘페이스’. 송윤아는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역을 맡았다.

여름은 공포의 계절이다. 더운 날 이불을 뒤집어쓰고 집에서 TV 납량물을 벗 삼거나 삼삼오오 짝 지어 극장에 들어가 “악” 소리 질러가며 공포 영화를 봐야할 ‘의무감’이 드는 때가 온 것이다. 올 여름 공포 영화 개봉작들은 관객들의 욕구를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까.

일단 올 개봉작들은 지난해에 비해 숫적으로 대폭 늘었다. 송윤아·신현준 주연의 ‘페이스’, 김하늘 주연의 ‘령’, 김규리 주연의 ‘분신사바’, 감우성 주연의 ‘알포인트’, 임은경·김유미 주연의 ‘인형사’ 등 7∼8편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 330만명의 기록을 수립해 공포 영화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꿰찬 '장화, 홍련'같은 영광을 어떤 작품이 누릴까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주연 배우의 면면도 화려하고, 제작 관계자들이 꼭꼭 숨기고 있는 극적 반전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장화, 홍련'과 전국 1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여고괴담3-여우계단'은 정통 호러 장르였다.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됐던 '거울 속으로''4인용 식탁'도 50만~60만명의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올 영화에서는 '령''분신사바''인형사'가 정통 호러로 분류될 수 있다. 정통 호러란 등장인물이 한명씩 죽음을 맞고 귀신이나 범인이 등장하며, 죽음에 얽힌 한많은 사연이 드러나는 식으로 공포 영화 법칙을 그대로 따르는 영화다. 연출의 관건은 공포심을 얼마나 극대로 느끼게 할 수 있느냐는 것. 공포의 소재도 중요하다. 왕따를 당한 소녀가 분신사바 주문을 외자 아이들이 하나씩 죽어간다는 '분신사바'는 불을,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대생 지원의 친구들이 죽음을 맞는 '령'은 물을, 인형 박물관에 초대된 손님들이 자신을 모델로 삼은 인형이 망가지면 죽게 되는 '인형사'는 구체관절인형을 공포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삼는다.

반면 '페이스'와 '알포인트'는 연쇄 살인범의 정체와 전사한 병사들에게서 무전이 계속 온다는 신비한 현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그러나 이 영화들에서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과 원혼이 등장해 순수한 미스터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는 미스터리보다는 호러 장르가 각광받는 데 따른 것이다. 아이엠픽처스의 마케팅팀 조영지 과장은 "공포는 지난해 이후 코미디 다음으로 한국에서 안착한 장르"라며 "특히 여고생들은 공포 영화를 즐기는 주요 소비층"이라고 말했다. 공포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또래의 질투, 동성애적 코드까지 가미된 자매애.우정 등은 감수성 예민한 10대 소녀들에게 특히 호소력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코드로 공포에 접근하는 영화들도 있다. 임창정 주연의 '시실리 2㎞'는 '펑키 호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며 엽기적 상상력을 드러낼 예정이며, 김상진 감독의 '귀신이 산다'는 공포와 코미디를 한데 버무린다는 전략이다.

한국 공포 영화의 편수가 늘어나고, 소재가 다양해지며 해외 판매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페이스'는 태국 7만달러를 비롯해. 홍콩.필리핀.말레이시아 등과 총 20만달러의 사전 수출 계약을 했다. '분신사바'는 일본 영화사 해피넷에 최소 판권료 300만달러와 흥행 수익 일부를 받는 좋은 조건으로 판매됐다.'령'도 칸 마켓에서 덴마크.스웨덴.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과 계약을 해 120만달러 이상의 수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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