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금경색의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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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보와 삼미의 연속 부도로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금융시장이 김현철(金賢哲)씨 비리문제가 계속되고,한보대출.인허가문제가 국회청문회에서 확대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금융위기상황으로 번지고 있다.현상태를 방치하면 은행부채비율이 높을 경?대기업그룹이라도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파만파로 증폭되고 있다.이러한 불안감의 악순환이 금융시장.주식시장.외환시장 등 경제 전반을 동요시키고 있다.

한보비리는 철저하게 파헤치고 은행이나 제2금융권이 원칙에 맞지 않는 잘못된 대출을 했다면 물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그러나 검찰이 담보부족에도 불구하고 대출해준 은행임직원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겠다고 하는 건 지나치게 경직적인 태도다.언제는 정부가 담보에 개의치 말고 신용위주로 대출하라고 했다가 담보가 부족했다고 처벌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이렇게 되면 과연 앞으로 은행이 담보가 부족한 유망중소기업에 자금을 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가 한보처리를 한점의 의혹도 없이 해내야 하는 당위성과 경제적 부작용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갖고 불안해소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장기적으로 은행의 자율경영체제가 확립된 이후에는 은행의 도산도 능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그러나 아직도 국내외에서 정부가 뒤책임을 질 것으로 다 이해하고 있는데 정부책임자들이 은행도산도 가능하다고 말해봐야 실천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위 정부관리가 이런 식의 무책임한 원론을 말하면 은행의 자금조달길

이 막혀 기업만 고통을 받는다.당연히 망해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이 망하는 것은 좋지만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이 이 와중에 문을 닫으면 누구에게 이득이 되겠는가.

시중에서 번지는 4월 혹은 5월중의 자금대란설이 비록 근거가 희박하다 해도 정부는 소문 자체를 진화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은행도 차제에 심사기능을 본격적으로 개발해야만 담보대출의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결국 은행이 남의 돈을 맡아 우량기업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공급해야 은행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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