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손상입은 검찰의 권위 - 의원 호통속 사상 첫 검증 받을 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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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에선“한보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검찰”이란 말이 나돈다.수사주체인 검찰,그중에서도 대검 중수부가 거센 여론의 비난을 받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빗댄 것이다.

그 역설이 이젠 현실이 되게 됐다.국회 한보특위에서 여야가 대검찰청의 수사관련 서류의 제출과 보고를 명문화해버렸기 때문이다.검찰로선 고유권한인 수사를 놓고 그게 제대로 됐는지를 거꾸로 검증받는 치욕적 상황이 온 것이다.한보철강등의

현장방문이 끝나는 대로 국조특위 위원들은 대검청사로 들이닥쳐 검찰총장으로부터 하루종일 수사내용을 보고받게 될 것이다.

서류검증및 수사관련 보고기관에 대검을 포함하는 문제는 18일의 여야협상에서 마지막 난제였다.임시국회 회기 마감을 불과 30분 앞둔 오후11시30분까지 여야는 진통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출신인 신한국당 박희태(朴熺太)총무가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에게“당신은 검찰 출신이 아니냐”며 고함치는 소리가 회담장 밖까지 들렸다.

그러나 초읽기에 몰린 여당은 결국 야당안을 수용했다.검찰은 현경대(玄敬大.신한국당)특위위원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야당측은 이번 기회를 통해 검찰에'본때'를 보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자민련 이정무(李廷武)총무는 19일 김종필(金鍾泌)총재에게 특위 협상결과를 보고하며 “여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검 중수부를 특위로 끌어들였다”는 사

실을 강조했다.

국조특위가 열리면 야당은 베일에 쌓여있던 대검 중수부의 수사내용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것이다.검찰의 권위는 이래저래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을 더 괴롭게 만드는 것은 우군(友軍)이어야할 여권마저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고건(高建)총리는 18일 국무회의에서“검찰이 한보의혹을 제대로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재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는 하루 뒤인 19일“한보사태에 대한 처리접근 방법이 당초에 잘못됐다”며 검찰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검찰의 요즘 처지는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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