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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부도쇼크>삼미에도 정치배후 있나 - 야권일각서 의혹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삼미도 한보처럼 정치권 실세들에게 줄을 대 고비를 넘겨 왔을까.

국민회의 박광태(朴光泰.광주북갑)의원등 야권(野圈) 일각에서 삼미그룹 김현배(金顯培)회장과 대통령 차남 김현철(金賢哲)씨,그리고 최형우(崔炯佑)신한국당 고문등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삼미의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朴의원은“포철 주변에선 청와대가 포철의 삼미특수강 인수에 적극 개입하게 된 배경에는 삼미 金회장과 현철씨가 고려대 동문으로 평소 절친한 관계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특히“서상록(徐相祿)부회장이 청와대를 동원,포철로

하여금 삼미특수강 인수를 떠맡게 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주장했다.

의혹의 초점은 서상록 부회장.徐부회장은 오랫동안 미국 생활을 하다가 92년 전격적으로 삼미 북미법인인 삼미아틀라스 부회장으로 영입됐으며,95년부터 삼미그룹 부회장 자리에 앉아왔던 인물.그가 崔고문과 가까운 사이로 삼미의 대외 로비

이스트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삼미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徐부회장이 대(對)은행관계를 맡아 나섰고,이 과정에서 崔고문과의 친분관계를 강조하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미그룹 고위관계자는“야권에서 거론중인 徐부회장이 崔고문과 오랜 친구사이란 점은 인정하나 그가 은행대출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점에 대해 한 금융관계자도“그가 나서서 성사시킨 대출은 별로 없었다”면서“한보와는 다른 케이스”라고 말했다.오히려 신한은행의 경우 추가대출을 거절한 것은 물론 기존 대출 9백억원중 6백억원을 회수해버려 삼미특수강의 자금난이 더

욱 가중된 일도 있었다.

정지태(鄭之兌)상업은행장이 19일 기자회견에서“이번 결정에 청와대와는 일절 보고나 협의가 없었다”고 강조한 배경에도 이런 의혹에 미리 쐐기를 박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91년말부터 산업은행과 상업.제일등 8개 시중은행의 2천5백억원 대출과정에서 있었던 당국과의'조율'은 다소간의 논란을 남겨놓고 있다.금액이 금액인만큼 구제금융 성격의 대출기간 연장은 청와대의 최종 결정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

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삼미그룹이 자금난에 쫓기기 시작한 91년12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로부터 연락을 받은 은행감독원 고위관계자가 은행관계자들을 불러 협조융자 형식으로 1년짜리 구제금융을 내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그 후에도 매년 한차례씩 연장됐고 마지막 연장조치는 지난해 11월말에 있었다.

당시 연장 결정에 참여했던 한 은행관계자는“통산부가 재경원을 거쳐 협조요청을 한데다 삼미가 강력한 자구노력 방침을 밝혔고 은행감독원도 추가연장에 동의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미가 2천5백억원의 추가연장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마지막으로 선택한 포철 인수방안 역시 청와대의 결정과 종용으로 이뤄졌는데 이 점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순수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는지,아니면 외압에 의한 것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손병수.이정민.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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