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고향 냄새 물씬한 봄나물 된장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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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내가 어릴 때 살던 시골집에선 어머니가 된장에 애호박을 뚝뚝 잘라 호박잎과 함께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여주면 6남매가 서로 앞다퉈 이 된장찌개를 먹어치웠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된장찌개등 구수한 재래음식보다 피자나 돈까스등 다소 맛이 느끼한 서양식 음식을 더 즐겨 먹는 것같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점에서 예외는 아니었다.내가 가끔씩 끓여 내놓는 된장찌개를 수저한번 대지 않는 것은 물론 냄새가 진동한다며 코까지 막았다.

그렇다! 이 삭막한 아파트 콘크리트 마당에다 아스팔트로 도로포장이 잘 돼있는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이 시골정취가 가득한 흙을 밟아 볼 기회가 있겠는가.

아들은 지난 3월 생일날 미역국조차 거들떠보질 않고 좋아하는 피자와 돈까스를 실컷 먹더니만 급체를 했는지 며칠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런 일이 있은후 어느날 된장을 풀어 아욱죽을 끓여주니 구수한 된장의 위력을 알았는지 맛있게 두그릇을 비웠다.숙성된 된장은 암도 이겨낼 수 있다고 귀띔해주니 이젠 제법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상추쌈도 곧잘 먹는다.

달력을 보니 어느새 주말이다.남편이 지방에 근무하는 관계로 주말 부부로 지내면서 퇴근후 돌아올 남편과 애들의 건강을 위해 시장에 나가 달래.냉이.쑥등 봄나물을 사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에 넣어 고향냄새가 물씬 나는 만찬을 준비해

야겠다.

유난히 봄을 타는 우리 가족들에게 봄나물로 입맛을 돋게 해주고 3월은 봄의 시작이니 만큼 겨우내 묵었던 퀴퀴한 먼지들을 털어버리고 한다발의 장미 향기로 구석구석을 장식하면 어느새 집안엔 봄꽃 향기가 가득하다.

허유희〈경기도고양시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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