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실명제 보완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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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동안 논란이 됐던 금융실명제의 보완방향이 골격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마련됐다.대체적으로 보아 이번 조치는 금융실명제를 가장 중요한 경제치적으로 꼽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의지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대변하는 강

경식(姜慶植)부총리간의 타협안이다.기본적으로 대통령긴급명령을 일반법률화하는 것은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다.자금세탁방지법도 구조적으로 비리자금을 막는데 유용한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그동안 금융실명제의 대표적 부작용의 하나로 거

론돼 왔던 자금출처조사도 이번에 크게 완화됨으로써 불건전한 소비를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이 과정에서 미성년자나 배우자에 대한 증여가 명백한 경우와 탈세혐의가 있는 경우를 잘 가려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사회간접자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거론돼온 무기명채권 발행은 이번 보완내용에서 제외됐다.그렇지만 중소기업 지원자금으로 사용되는 경우 한시적으로 과징금(일종의 도강세)을 물고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함으로써 타깃대상을 보다 명시한

특징이 있으나 효과면에서는 비슷할 것이다.이 경우 이미 실명전환한 사람들과의 형평문제가 남는데 과연 그동안 가명이나 차명을 유지한채 실명전환을 미뤄온 사람들에게 얼마나 과징금을 부과할지가 형평의 관건이다.

정부는 제시된 정책안을 갖고 조세연구원에서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다고 하는데 당장 몇가지 기본자료가 준비돼야 한다고 본다.우선 실명제 때문에 발생한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자료를 마련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막연히 경제불황의 책임을 금융실명제에 돌리고 금융실명제만 보완되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기 때문이다.이 점에서 올해 5월 첫신고가 있는 종합과세제도를 1년간은 그대로 시행해보고 결과를 보아 보완하겠다는 자세는 평가받을 만하

다.이 과정에서 종합과세의 부과기준이나 세율의 조정문제가 보다 심각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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