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고 불황’ 사회 곳곳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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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엔고(高) 불황’으로 상당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일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유명 관광지는 외국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고사 위기에 몰렸다. 외국 유학생은 생활비 급증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엔고 여파로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공장 지대에는 짐을 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14일 도쿄 북부 후쿠시마(福島)현 반다이마치(磐梯町) 스키장 마을. 주말을 맞아 바쁘게 일해야 할 이곳 주변 상인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12월이 되면 주말마다 몰려들던 한국인 스키 여행객들이 올해는 거의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주변 골프장 사정도 비슷하다. 겨울철에 많이 찾던 한국인 골프 관광객들이 올해는 눈에 띄질 않는다. 한국과 직접 연결된 항공편이 있지만 탑승객이 줄면서 공항에서 온천·스키장·골프장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에는 빈 좌석이 부쩍 늘었다. 후쿠시마는 지난해 한국인 숙박자가 5년 전에 비해 5.5배 늘어난 5만7000명에 달하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지역 경제의 원동력으로 떠오른 곳이다.

올 9월부터 와세다(早稻田)대에 유학 중인 미국인 할리 헤른(22)은 부모님이 보내오는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자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한 달째 하루 두 끼로 버티고 있다. 1만 엔을 찾으려면 전보다 20달러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헤른은 “생활이 너무 궁핍해져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다”며 불안해 했다. 일부 유학생이 조기 귀국을 서두르자 대학에도 비상이 걸렸다. 도쿄외국어대는 엔고 충격이 큰 한국 등 8개국 출신 유학생 30명에게 1인당 10만 엔의 긴급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와세다·게이오(慶應)대도 학비 납입 연기, 기숙사비 지원 등을 통해 유학생 이탈 방지에 나서고 있다.

한국인 쇼핑객들로 넘치던 긴자(銀座)·신주쿠(新宿) 등 도쿄 중심가에도 한국인 관광객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15일 긴자 미쓰코시(三越) 백화점 1층 여성 화장품 매장. 명품 화장품 코너의 한 여직원은 “한국 손님이 안 와서 매장이 너무 썰렁해졌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버블경기 붕괴 이후 등장한 ‘홈리스(노숙자)’들의 생활도 충격을 받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가 15일 보도했다. 이들은 공원 주변에서 텐트 생활을 하면서 알루미늄 캔을 수집해 팔았으나 최근 엔고 현상으로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값이 내렸기 때문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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