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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켓무기, RPG-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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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TV는 물론 라디오나 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 자체도 꽤 재미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데 이 광고음악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필자 역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동안 이 광고음악을 흥얼거리고 다녔는데 어느 날 문득 이 광고음악의 원곡이 무엇일까 궁금해 졌다. 잠시 인터넷을 뒤적거린 수고 끝에 이 광고음악의 원곡을 찾아냈는데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노래 제목은 다름 아닌 R.P.G - Shine! 이 친구들도 군사 분야에 관심이 많은가? RPG를 알다니!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R.P.G가 Rocket Punch Generation의 약자란 것을 알게 됐다. 필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RPG가 아니었던 것이다. 군사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R.P.G는 구소련이 만든 로켓무기 RPG-7을 의미한다. 육군에서 군 복무를 마친 대한민국 남자라면 RPG-7 이란 이름보다 ‘7호 발사관’이란 명칭이 더 친숙할 수도 있겠다. 전 세계 분쟁에 빠지지 않고 개입하는 미군은 로켓무기의 공격을 받을 때 아예 ‘RPG'라고 짧게 외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Body Of Lies·2008)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 초반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긴박하게 외치는 한마디 대사 역시 ‘RPG’다.

물론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RPG는 당연히 Role-Playing Game의 약자일 것이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IT관련 업무 종사자에게 RPG는 Report Program Generator의 약자를 의미할 것이다. W&Whale의 팬이라면 RPG는 당연히 Rocket Punch Generation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RPG라는 단어 하나를 갖고도 관심 분야에 따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니 이런 걸 두고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고 해야 할까?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 즉 글자의 철자와 발음은 모두 같으나 뜻이 달라 생긴 오해지만 대중음악 제목에서 뜬금없이 무기 이름을 연상했으니 이것도 직업병인가보다.

RPG는 Ruchnoy Protivotankovy Granatomyot(러시아어: Ручной Противотанковый Гранатомёт) 즉 Handheld Anti-Tank Grenade Launcher의 약자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휴대용 대전차 유탄 발사기’로 구소련이 만든 대표적 대전차 로켓무기다. 탄두와 발사기의 무게를 모두 합쳐도 10㎏ 내외에 불과해 보병이 휴대하고 다니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고 재 장전 역시 간단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했던 대전차 무기, 판저 파우스트(Panzer Faust)를 모방해 만든 휴대용 로켓 병기로 최초 개발 목적은 대전차 무기였지만 현재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파생형이 있으나 RPG-2의 후속 모델로 개발된 RPG-7이 가장 유명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동급 로켓무기 중 가장 많은 숫자가 만들어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1962년 최초 등장한 이후 구소련 및 과거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공통화기로 보급됐고 이후 불가리아, 중국, 이란, 이집트, 파키스탄, 루마니아, 북한 등에서도 생산됐다.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집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구조가 간단하고 생산이 쉬워 얼마나 많은 숫자가 생산됐는지 정확한 집게가 불가능할 정도다.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으며 고장이 거의 없고 가격이 저렴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반면 위력은 강력한 것이 특징이다. 가난한 테러리스트의 대포로 불리는 RPG-7은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빠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RPG-7은 300m 이내의 목표를 공격할 수 있으며 일반 탄두의 경우 330㎜의 장갑을, 신형 탄두의 경우 700㎜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위력을 갖추고 있다. 근거리에서 정확히 명중시킬 경우 단 한발로도 최신 전차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한 것이다.

최초 대전차 로켓무기로 개발됐지만 다양한 용도로 전장에서 활용됐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에서는 헬기 공격무기로 사용되기도 했다. 실제 1993년 모가디슈에서 회교민병대는 RPG-7으로 미 육군의 최첨단 블랙호크 헬기를 2대나 격추시켰는데 이 사건을 영화한 것이 바로 ‘블랙호크 다운’(Black hawk down·2001)이다. 미군과 RPG-7과의 악연은 베트남전쟁 이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인 미군의 가장 큰 골칫거리 역시 급조사제폭발물(IDE)과 RPG-7이다. 소련 역시 아프가니스탄과 체첸에서 RPG-7의 매운맛을 보았다. 1994년 12월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서 벌어진 시가전에서 전차와 장갑차로 중무장한 구 소련군 기갑여단이 RPG-7을 사용한 체첸군의 공격에 3일 만에 완전히 붕괴된 사례가 있다.

물론 RPG-7이 무적의 만능병기라는 뜻은 아니다. 로켓을 발사할 때 발생하는 후폭풍은 사수의 위치를 확실히 노출시키며 밀폐된 공간에서 잘 못 사용하면 사수의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다. 철망 같은 금속 장애물에 부딪히면 전기식 뇌관이 방전돼 탄두가 폭발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이 외에도 RPG-7이 갖고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RPG-7이 가장 유명한 대전차 로켓 무기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비록 적성국 무기로 분류돼 있지만 역사를 바꾼 10대 무기 중 하나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무기선정에 까다로운 이스라엘조차도 RPG-7을 제식 무기로 채용하고 있을 정도다. 한편 우리의 국군은 RPG-7보다 월등히 뛰어난 팬저 파우스트 3(Panzer Faust 3)를 보유하고 있으며 RPG-7에 대한 대응책도 충분히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에게 RPG-7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이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계동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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