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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옐친, 말 바꿔타고 개혁 재시동 - 내각 대폭경질 어떤 의미 담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91년 소연방 해체이후 쇠락의 모습을 보였던 러시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경제.정치상황이 호전되고 외국의 러시아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이런 상황 속에서 집권 2기를 맞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11일 내각의 전면개편과 함께 러시아의 개혁을 보다 더 가속화할 것임을 다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최악의 터널을 빠져나와 상승국면을 타고 있다고 해도 옐친이 처리해야 할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가 지난 6일 연두교서를 통해 밝혔듯 러시아에는 연금및 체불임금문제,구조화되고 있는 부패문제,헌법개정문제,민선 지방지도자들의 크렘린에 대한 도전문제등 당장 손대지 않으면 안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기에다 국론 분열의 위기에까지 이르고 있는 군개혁 문제와 조세제도개혁 문제도 만만치 않다.

약화된 국가위상도 회복시켜야 하며 체첸 전쟁등과 같은 러시아연방내의 갈등 요소도 해소해야 한다.

물론 지난 5년동안 옐친및 개혁주의자들이 이룩한 성과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1만5천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을 사유화했으며 이를 통해 사유재산권.상속.주식시장등의 개념을 명확히 확립했다.

그 결과 95년의 경우 이들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62%,총고용의 60%를 이룩해냈다.

인플레율도 연평균 20%대로 하락했고 무역수지도 94년부터 3년연속 1백억달러대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옐친이 이번에 연두교서를 통해 러시아가 직면한 문제들을 다시 한번 언급한 후 올해 2%대의 성장과 군개혁,체불임금 해소등을 급진개혁주의자들을 동원해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옐친이 급진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은 절대과제인 개혁을 재추진할 만큼 상황이 호전됐다는 측면과 함께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을 위한 환경면에서 볼 때 현상황은 개혁초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양호하다.

92년만 해도 1천5백60%에 달했던 인플레등으로“개혁 때문에 못살겠다”는 원성에 시달렸지만 96년에는 인플레가 21.8%에 그쳤고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GDP도 올해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하다.정치적 측면도 있다.야당이

두마(하원)를 장악해 계속적인 정치공세에 시달렸던 집권1기에 비해 앞으로는 99년 봄까지 아무 선거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99년과 2000년대에 있을 총선과 대선을 겨냥,이 기간에 승부를 건다는 의미가 강한 것이다.

2000년까지의 임기를 고려하면 지금이 승부수를 던질 만한 상황인 것이다.그러나 개혁2기가 옐친대통령의 의지대로만 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우선 일반정서가 매우 냉소적이다.국민들은“대통령은 과거 6년의 잘못을 질타했지만 과연 누가

그 기간중 국정을 책임지고 있었느냐”고 말한다.

개혁이 초래할 기득권 파괴를 두려워하는 기존 정치.경제.관료세력들이나 과거와 달리 모스크바에 복종하지 않는 자치단체장,너무 커진 범죄그룹도 있다.집권1기보다 유리해진 상황이 개혁2기와 어떻게 접목될 것인지 주목된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사진설명>

도시마다 觀光경찰

옐친대통령이 11일 전면개각을 발표한 가운데 각 도시에서는 관광경찰을

창설하는등 이미지 개선작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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