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조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말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이 한마디론 모자란 줄 압니다.

비자금 마구 뿌렸습니다.
혼자만 살쪘습니다.
너무 인색했습니다.
이젠 뉘우치고 정신 차리고
달라지려 합니다.

하지만 저희를 보는 시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가뭄이 나도 홍수가 나도
불우이웃을 도울 때마다
도깨비 방망이도 아닌 저에게
날아오는 끊임없는 주문.
세상에 비친 저는 만인의 지갑,
돈이 샘솟는 화수분인 듯.

안에서도 전쟁입니다.
올린다 못 올린다,
임금인상 줄다리기.
옮긴다 못 옮긴다,
공장의 해외 이전.
해준다 못 해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인정합니다, 제 잘못 많다는 것.
그래서 억울해도 참았습니다.

이제 또 인내를 시험하네요
사회공헌을 위해
순이익의 5%를 내놓으라는 것.

'경제는 심리'라는 말
딱 저희들에게 통합니다.
뭘 하기만 하면 두들겨 맞으니
겁 나서 돈 풀겠습니까.
오죽하면 재경부 국장도
반기업 정서 얘기를 하겠어요.

자빠진 김에 쉬어가자고요.
저희라고 이민 못 갑니까.
엄살이라고요?
협박하지 말라고요?

진심을 알아줄 때가
곧 오길 바랍니다.

*완성차 4개 노조가 기업 순이익의 5%를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해 노사 간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