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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개그우먼 신봉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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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요즘 개그우먼 신봉선은 마법이라도 부리고 있는 듯하다. 원더걸스를, 비를, 손담비를 흉내 내 춤출 때마다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은 요동을 친다. 새롭게 연구하고 있는 댄스 가수는 또 누굴까 기다려지면서 혼자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하고 있을 모습을 떠올리면 쿡쿡 웃음부터 나온다. 꽃미남 연예인들에게 “데이트하자”고 떠보다 무안을 당하고선 머쓱해하다가 곧바로 한 방 먹이면서 더 얼굴을 들이미는 그 뻔뻔함이 귀엽게 느껴진다. KBS-2TV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가 막을 내리자마자 욕설인 듯도 하고 스페인어인 듯도 한 “머라 처 씨부리싼노”라는 말조차 그립다.

“움직이는 벤처기업” 운운하면서 탁한 목소리로 외쳐 대던 데뷔 시절만 해도 이렇게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오버액션의 강도를 세게 해 눈길을 끌어 보려는 ‘비호감’ 여자 개그맨의 전형을 따라가는 걸로 보였다. 예쁘지 않은 여자 개그맨이라면 흔히 시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신봉선의 ‘오버’는 끝없이 멈추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스스로를 ‘호감’으로 바꾸어 버렸다. 웃기기 위해서는 철저히 망가진다는 프로 근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남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녀의 미운 짓에는 일관성이 있다. 보통 연예인이라면 ‘내가 이 정도 오버하면 반응이 어떨까’를 예상하고 행동을 재단하는 ‘수위 조절’을 한다. ‘머리를 굴려 보는’ 것이다. 호감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비호감의 강을 건넌 몇몇 연예인은 그 단계에서 실패한다. 하지만 신봉선에게는 그런 소심함이란 없다. 그저 필요하다면,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이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돌성은 결국 대중에게 자신의 진심을 설득시켰다. ‘나는 진정으로 당신들을 웃겨 주고 싶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신봉선의 오버스러운 몸짓과 표정·말투는 꼭꼭 채워진 알짜다. ‘더러운 춤’이라는 자막이 붙는 그 춤에서 누구를 흉내 내더라도 손가락 하나 눈짓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비 같은 고수들조차 혀를 내두르며 던지는 찬사가 괜한 인사치레 같지가 않다. 사투리로 욕을 내뿜을 때 그 억양과 목소리와 실룩거리는 입과 눈빛 역시 리얼하다. 대상의 정곡과 정수를 콕콕 찔러대는 ‘오버’다. 대중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건 제대로 된 알맹이의 콘텐트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여기까지는 다른 전례를 찾자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봉선의 미래가 더 궁금해지는 건 여기에다 최근에는 ‘여성스러움’이라는 새로운 모습까지 더해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SBS-TV ‘일요일이 좋다’의 ‘골드미스가 간다’에서 얼짱 한의사 남자와 데이트 중인 신봉선의 모습은 그저 웃기기 위해서는 여자임도 포기하고 망가져 버리기만 해야 한다는 기존의 여자 개그맨들에서 한발 더 나갔다. 수줍어하고 어색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빈틈 ‘있는’ 표정은 새로운 매력이다.

데이트하는 신봉선을 바라보면 그동안 연애는 꽝이었지만 옆에서 나를 웃게 해 주는 친구를 응원하는 심정도 있고, 그렇게 얼굴 못생겼다고 구박하던 남자들을 뒤로하고 그들보다 훨씬 더 근사하게 생긴 남자를 잡았다는 속물적인 통쾌함 같은 것도 느껴진다. 어쨌든 모두가 생각한다. 봉선씨가 정말로 예뻐 보이고 있다고. 진짜로 예뻐지고 있다고. 환상이 아닌 것 같다.

이윤정씨는 일간지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문화를 꼭꼭 씹어 쉬운 글로 풀어내는 재주꾼입니다. filmpo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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