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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직면한 최대 敵, 빈부격차의 균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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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경제위기가 엄습하면서 중국 대륙에서 시위나 폭동 같은 집단행동이 부쩍 잦아졌다. 조그만 다툼이 대중심리를 자극해 극렬한 감정 표출로 폭발한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1978년 이후 계속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깔려있다고 말한다. 소득불평등을 말해주는 지니 계수는 이미 미국 수준을 뛰어넘어 멕시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중앙SUNDAY가 중국 지도부도 걱정한다는 빈부격차 문제를 집중 해부했다. 다음은 중앙SUNDAY가 보도한 내용이다.

11일 저녁 주중 한국대사관 근처에 있는 BMW의 프리미엄 소형차 ‘MINI’ 대리점에선 종업원들이 크리스마스 무용 연습에 한창이었다. 손님이 들어온 줄 뒤늦게 알아차린 매니저 처톄(車鐵)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요즘 경기가 안 좋다던데 자동차가 잘 팔리느냐”고 묻자 “MINI의 가격이 고가가 아니라 ‘중등 수준’이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가 말하는 ‘중등 수준’인 MINI의 가격은 40만 위안(약 8000만원). 베이징 택시용으로 팔리는 현대자동차 엘란트라의 판매가격(8만 위안)보다 다섯 배나 비싸다. 하지만 이 매장 한 곳에서만 월 40여 대가 팔린다고 한다. 금융위기가 이곳은 비켜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궈마오(國貿)백화점의 구찌 매장은 저녁 8시인데도 부인과 같이 온 군복 차림의 남자를 포함해 10여 명의 손님으로 붐비고 있었다. 요즘 가장 잘 팔리는 핸드백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키티(Kitty)’란 이름의 여직원은 진열대에서 가방을 내려 보여 줬다. 가격이 1만1330위안(224만원)이었다. 맞은편의 크리스찬 디올 전시장에선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30대 초반 판이(范逸)가 진열대에서 5만2000위안짜리 반지를 끼어 보고 있었다. “비싸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내 수입에 맞춰 소비한다”고 답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100만 달러 이상을 갖고 있는 부자 가구가 31만 세대나 된다. 미국·일본·영국·독일에 이어 세계 5위다. 같은 조사에선 중국 전체 인구의 0.1%가 국부의 41.4%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소득격차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세계럭셔리협회(WLA)는 올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일본 다음으로 세계 2위 사치품 소비대국이 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05년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하루 1.25달러 이하로 사는 절대빈곤층 인구가 2억400만 명에 이른다.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지난주 중국 남쪽 푸젠(福建)성에선 28세의 청년이 세상을 뜬 어머니의 시신을 화장할 돈이 없어 시신을 자루에 넣은 채 큰 돌 몇 개를 묶어 호수에 ‘수장’했다가 경찰에 ‘시체모독죄’로 체포됐다. 이 청년은 결코 시신을 모독할 의사가 없었으며 수장 전에 시신을 향해 거듭 절을 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월 400위안을 버는데 시체를 화장하려면 1000위안이 필요해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통계 숫자 중 지니(Gini)계수가 0이면 완전평등을 뜻한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빈부격차 현상이 심하다. 0.4가 넘으면 ‘위험 수위’다. 멕시코 수준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78년 개혁·개방 전 중국의 지니계수는 0.16이었다. 그것이 지난해 0.47까지 올라섰다. 중국 정부는 외국 언론들이 지니계수를 인용하는 걸 싫어한다. 자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회불안’의 정도를 말해 주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중국에서 폭동·시위 발생 건수는 부쩍 증가했다. 최근 보도된 것만 해도 손꼽기 힘들다. 충칭에서는 택시회사가 기사들에게 물리는 과도한 차량대여 요금에 반발한 집단파업 시위가 발생했고, 금융위기의 여파로 해고당한 선전의 한 공장에선 수백 명의 노동자가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10월 말에는 베이징에서 투자 사기로 돈을 잃은 수백 명이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다가 경찰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했다. 같은 달 광둥성에서는 태풍으로 댐이 무너져 피해를 보자 주민 500여 명이 경찰과 충돌했다. 지방정부가 불법으로 댐 주위의 나무를 벌채해 팔아넘겼다는 주장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이런 움직임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위젠룽(于建嶸) 박사는 ‘중국사회보고: 중국의 민중소요’라는 논문에서 “큰 사회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작은 모순도 전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집단소요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도 나름대로 논리를 대며 ‘반격’에 나섰다. 우선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의 지니계수도 위험 수치인 0.4를 넘었음을 지적한다. 또 지니계수가 0.4를 넘기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는 나라들은 이미 도시화·산업화를 완성한 국가들인데, 중국은 아직도 경제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어 다른 나라의 상황을 대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도 제시한다.

베이징사범대 소득분배·빈곤연구센터 주임 리스(李實) 교수는 이 논리를 지지한다. 그는 “소득격차 문제가 사회 불안정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농촌 발전 속도가 더디지만 저소득 계층도 자신의 소득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빈부격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관료사회의 구조다. 지방정부들은 정기적으로 중앙정부로부터 경제성장을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지방 관료들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 업무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고 한다. 그러려면 아무것도 없는 농촌보다 인프라를 갖춘 도시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 결과 낙후된 도농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중국 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폭동의 형태도 단순우발형에서 집단해고·체불임금을 둘러싼 생계형 시위로 바뀌고 있다. 특히 도농 빈부격차로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의 불만도 하늘을 찌른다. 신화통신의 한 선임기자는 경제성장의 기관차인 광둥성 둥관 지역에서 매일 1000개의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마다 조업 단축과 폐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중국에선 사회에 새로 진출하는 취업 인구가 연 10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려면 성장률이 8%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은 낙관적으로 봐도 8% 수준이다. 홍콩에서 중국 경제를 분석하는 경제학자 벤 심펜도퍼는 성장률을 5%대까지 낮춰 잡는다.

요즘엔 공산당 지도부도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공산당 중앙당교 저우톈융(周天勇) 부주임은 지난주 중국경제시보에 발표한 글에서 “실질 실업률이 올해 12%에 달하고 내년에 14%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상황이 대규모의 사회동란을 야기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년은 순항을 거듭해 온 중국 경제·정치의 ‘분수령’이 될지 모른다.

써니 리 자유기고가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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