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일본의 망년회 키워드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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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 직장인들의 망년회 키워드는 ‘절약’이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악화로 직장인들의 지갑은 굳게 닫혀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직장인 3명의 1명이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저녁 술자리도 가급적 줄이고 있다. 그렇다고 연례행사로 해오던 망년회를 건너뛰기는 쉽지 않은 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마이니치(每日) 등 일본 언론들은 다양한 할인서비스로 직장인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일본의 세밑 풍경을 소개했다.


◇무제한 음료에 요리 택배 서비스까지=올 들어 외식업체들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체인업체들의 연말 예약상황은 지난해를 웃돌고 있다. 인터넷에서 식당정보를 제공하는 ‘그루나비’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예약된 망년회 건수는 지난해의 1.5배. 그루나비의 우노 도모유키(宇野知行) 영업추진팀장은 “가을철 기업체 인사이동때 회식이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말에 환영ㆍ환송회와 망년회를 겸한 자리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쿄도 스미다(墨田)구의 외식업체인 하나노마이(花の舞)고쿠기칸(技館)점은 요즘 평일에도 하루 20건 이상의 망년회 단체예약을 받고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메뉴는 1인당 4000엔인 창고나베(고기와 야채를 넣은 전골요리)와 회·음료수 무제한 코스다. 이자카야 시로키야(白木屋)를 운영하는 대형 외식체인업체인 몬테로자의 예약상황 역시 작년대비 20% 증가했다. 시로키야는 20명 이상의 단체손님 이용시, 혹은 밤 9시30분 이후에 2차 연회를 시작하는 고객에게는 요금을 10% 할인하고 있다.

여성고객에 한해 할인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도 있다. 남성 직장인에 비해 먹고 마시는 망년회를 여성들이 꺼린다는 판단에서다. 저녁시간이 부담스러운 주부들을 겨냥해 '런치망년회' 세트를 판매하는 음식점들도 있다. 외식업체 ‘와타미’는 11월 중에 망년회 예약을 하는 손님에 한해 이용금액의 50%를 내년 1월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식사권으로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시작해 전년도에 비해 20% 가량 예약을 늘렸다.

불경기다보니 음료수는 자체조달하고 요리만 음식점에서 구입하는 사무실 망년회가 늘었다. 일본푸드서비스협회에 따르면 사무실 망년회 증가로 망년회때 요리 택배서비스를 시작한 업체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외식업체 쓰보하치(つぼ八)는 올 가을부터 긴자(銀座)와 오모리(大森) 등 도쿄의 사무실 밀집지역에서 연회용 요리택배사업을 시작했다. 사무용품 통신판매업체인 아스쿨은 올 봄부터 전용사이트에서 음식점 배달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2월 예약건수는 11월에 비해 19% 증가했다.


◇1인당 망년회 예산은 4843엔=기린식생활문화연구소가 이달 초 조사한 올해 직장인들의 망년회 1인당 희망예산은 지난해보다 353엔(약 5400엔) 적은 4843엔(약 7만4000원)이다. 남성 직장인들은 망년회를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여성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자리’라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사히맥주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망년회에 관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6%가 망년회에 참가하겠다고 답했다.

망년회 장소를 고르는 기준에서는 작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56%가 ‘저렴한 곳’이라고 했다. 두 번째 요인은 역시 ‘음료수와 음식을 무제한 먹을 수 있는 뷔페식인지 여부’로 불경기 직장인들의 주머니사정을 반영했다. 예년 수위를 차지하던 음식의 질이나 가게 분위기 같은 조건은 뒤로 밀려났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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