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美해운동맹, 미국행 아시아화물 운임 인상 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미국의 해운(海運)이익단체인 태평양항로 안정협정(TSA)이 최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물의 운임을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이는 치열한 화물유치 경쟁으로 근래 이 항로 운임이 급격히 떨어진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만 해도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해상수송된 화물규모는 2천억달러에 달했지만 운임은 1년새 10%가량 뚝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그림 참조〉

운임 인상시기와 인상폭은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관련업계는 5월께 5~10% 가량 일제히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랜기간 합법적이었던 해운업계의 카르텔구조가 근래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가격담합은 해당업계의 카르텔을 미국 정부가 법적으로 용인하는 문제를 새삼 판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해운회사중 상당수가 업종특성상 1세기 넘게 독과점 규제의 예외로 인정돼 왔지만 근래 미국 해운당국과 화물주들은 이러한 관행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메스를 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15개 회원사로 구성된 TSA에는 시랜드(CSX사 소속).APL등 세계적 선박회사들이 포함돼 있다.TSA대변인은 운임 인상계획에 대해“태평양항로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운임덤핑때문에 선박회사들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항로의 화물운임은 95년말 40피트 컨테이너 한개당 4천2백달러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3천5백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번 운임 담합인상률이 10%를 넘진 않으리라는게 대다수의 관측이지만 웨스팅하우스등 큰 고객들은 인상률에 관계없이 이번 담합조치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TSA 역시 미국으로 오는 아시아 화물의 85%를 처리한다는 위상을 배경

으로 이번만은 화물주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뿌리깊은 해운카르텔을 단단히 손보겠다고 진작부터 별러온 미국 의회도 이번 운임 담합인상을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시장상황과 규제환경은 선박회사들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같다.우선 태평양항로에 선박이 과다 투입돼 있어 시장원리상 선박회사들이 수세일 수밖에 없다.지난해만 해도 이 항로의 선박량은 15%나 늘었지만 화물량은 고작 4% 느는데 그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