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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플로리다에 전세계 부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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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해변과 고층 빌딩이 조화를 이룬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플로리다주는 이주민이 크게 늘면서 미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해방'이란 이미지를 팔아 부자가 되는 곳. 에메랄드빛 바다가 넘실대는 해변에 서면 그 자체로 삶이 변할 것이라는 환상을 주는 곳. 바로 미국의 플로리다 얘기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부자들이 플로리다로 몰려들면서 플로리다 경제가 중흥기를 맞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최근호가 보도했다.

인구 1700만명의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주며, 경제 규모는 네덜란드보다 크다. 1970년대 중반 3% 초반에 불과했던 연간 경제성장률은 최근 5%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최고의 성장 속도다.

플로리다 경제의 성장 동력은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부자' 이주민들이다. 지난해에만 130만명이 플로리다로 이사를 왔다.

59년 쿠바 혁명 이후 쿠바의 엘리트들이 이 곳으로 옮긴 데 이어 70~80년대 남미 국가들의 정치적 혼란 와중에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페루.콜롬비아의 부호들이 플로리다에 정착했다.

또 유럽 사람들도 플로리다가 남미 국가와 인접해 있어 거래하기 쉽고, 유럽에서는 보기 힘든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부자들이 사무실은 다른 지역에 두고, 집은 플로리다로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대부분의 사무를 처리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회사가 있는 필라델피아로 비행기 출근을 하는 존 슈왈츠(59.투자자문업)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인 데는 소득세를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산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집만은 건질 수 있도록 관련법을 바꾼 주 정부의 노력도 한몫 했다.

주의 경제력이 커지고, 이주자들이 늘면서 플로리다의 최고 성장산업은 건설을 포함한 부동산업이다. 특히 달러화 약세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 유럽인들이 '사탕을 사듯'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멕시코만에 접한 워터사운드 개발지구에서 부동산 컨설턴트로 일하는 그리프 맥스와인은 "땅값이 최근 3년간 세배나 올랐다"며 "1년 전 150만달러에 땅을 사 최근 225만달러에 판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플로리다에선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연간 단위가 아닌 월 또는 주 단위로 계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플로리다 경제의 불안요인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떠도는 검은돈과 이와 관련된 범죄조직이 플로리다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을 제외한 제조업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또 부자들과 함께 저임금 노동자들도 늘면서 과밀 학교가 늘고 있다. 심지어 주 정부가 고교생들에게 4년 과정을 3년만 다니도록 권하고 있을 정도다. 플로리다의 이혼율 또한 미국에서 최고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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