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본확충 펀드’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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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본격 착수하기로 하고, 이에 대비해 단계별 은행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했다. 은행 스스로 자본을 늘리도록 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자본 확충 펀드’를 조성해 지원해 줄 방침이다.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달 중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칭)를 가동해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7일 청와대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기업 구조조정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병원 경제수석,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 거시경제협의회 멤버가 모두 참석했다. 이례적으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참석해 기업 구조조정 방향을 보고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내년 1분기엔 기업 부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가 단계적 은행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해 대통령께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3단계로 은행 자본 확충을 추진할 방침이다. 1단계로 은행이 후순위채 발행과 부실 기업 퇴출 등의 자구 노력을 통해 스스로 자본을 늘리도록 했다. 이것이 어려워지면 2단계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연기금이 참여하는 자본 확충 펀드를 조성해서 은행 후순위채 등을 매입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기로 했다. 3단계는 공적자금 투입이다. 극심한 경기 침체가 지속돼 은행 부실이 크게 늘어날 경우의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불황이 예상 외로 심각해 자본 확충 펀드 조성 단계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3단계인 공적자금 조성 여부는 향후 은행 부실이 어느 정도로,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채권단협의회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위를 발족해 업종별·기업별 부실 판별에 들어갈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위를 중심으로 건설·조선 등 경영위기에 몰린 일부 업종의 회생 가능 기업과 불가 기업을 구분한 뒤 회생 가능 기업에 금융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김 원장이 대통령께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 합동으로 구성한 기업금융개선지원단 단장을 금감원 부원장에서 금감원장으로 승격하기로 했다.

이상렬·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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