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벌 기회” 수입업체가 수출 전선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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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부터 기저귀를 수입해 팔던 업체가 정반대로 국내에서 기저귀를 만들어 일본에 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특산품을 들고 일본 방방곡곡을 돈다. 높은 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을 살려 엔화를 벌어들이겠다는 움직임이다.


◆발빠른 변신=3년 전부터 일본 기저귀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시켜 온 키즈미즈의 윤지훈 이사는 지난달 기저귀 샘플을 한 보따리 안고 일본 후쿠오카를 찾았다. 이번엔 수입이 아닌 수출 상담을 위해서였다. 이 회사는 올봄부터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기저귀 개발을 시작했다. 그는 “원-엔 환율이 치솟을 것 같다는 컨설팅 결과에 바로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된 기저귀 ‘애니원’을 다음 달부터 규슈 지역 일부 편의점에 공급한다. 50여 개들이 기저귀 한 봉지가 1000엔. 현지 기저귀 평균 가격보다 40% 정도 싸다.

키즈미즈처럼 일본을 노크하는 중소 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코트라 아대양주팀 남우석 과장은 “환율이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한 9월부터 일본 수출 관련 문의가 급증, 요즘은 일주일에 서른 건 정도를 받고 있다”며 “건설공구를 만드는 업체부터 네일아트용품 제조업체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동통신용 중계기를 주로 만들어 파는 중소기업 에프알텍도 내년 상반기 일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일본에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정용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만들어 팔겠다는 계획이다. 안준영 해외영업팀장은 “전기세가 비싼 일본에선 LED 조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환율로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계산에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동참=‘엔화 사냥’에 지자체도 발벗고 나섰다. 전북 순창군청 소속의 순창군 장류연구사업소 연구원 세 명은 지난달 말 고추장 샘플이 가득찬 트렁크를 끌고 오사카 공항에 도착했다. 오사카·도쿄·요코하마의 큰 쇼핑몰을 중심으로 고추장 시식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장류사업소 컨설팅을 맡고 있는 오병현 연구원은 “순창의 중소 장류업체에 수출 물꼬를 터주고, 순창군에 관광객도 유치하겠다는 이중 전략”이라 고 말했다.

경기도청의 떡 프랜차이즈 브랜드 ‘모닝메이트’는 일본 수출용 떡을 개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쌀 함유량을 35% 미만으로 낮춘 떡을 만드는 것이다. 이진찬 농산유통과장은 “이 기술만 완성되면 경기도 떡의 가격 경쟁력이 월등해질 것”이라며 “엔고 호재를 맞아 내년 5월께 도쿄 인근에서 경기도 특산품 판촉전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도 이시카와에 연 전주비빔밥 전문점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서두르는 것은 금물=지금이 일본 수출사업의 호기이긴 하지만, 신규 수출업체는 신중해야 한다고 무역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수출대행업체 일본컨설팅의 고기석 사장은 “10월부터 수출 상담이 쏟아지고 있으나 실제로 일본 시장에서 먹힐 만한 품질의 제품을 제시하는 업체는 10%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일본이 제조업 선진국인 만큼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을 보유한 업체, 국내 판매실적이 증명된 업체만 거래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코트라 남우석 과장은 “1년 정도 공을 들여야 할 일인데 엔고 호재를 놓치지 않겠다며 지나치게 서두르는 업체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미진·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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