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입학 거부하면 최고 5000만원 벌금 물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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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장애인을 교육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장이 장애인들의 입학을 거부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거부할 경우 학교장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시설과 설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전광석 연세대 법대 교수에게 의뢰해 마련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안을 25일 공청회에서 공개한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법을 만들어 올 가을 국회에서 통과하면 내년에 시행할 방침이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이나 특수교육진흥법은 고용이나 교육 등에서 장애인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너무 포괄적이고 처벌조항이 없어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시안은 예식장.대형 식당.목욕탕 등 공중이용시설이나 공공시설이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장애인의 접근 및 이용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민간방송은 시각 및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手話)통역이나 문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시정명령을 받고 5000만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

다만 공공기관장이나 사업주.학교장, 공중시설 주인 등이 장애인의 평등을 위해 편의시설 등을 설치할 경우 이에 필요한 돈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이번 시안에서 장애인이 사실상 맞추기 어려운 기준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를 간접 차별로 간주했다. 이 개념은 처음 도입된 것이다. 가령 군 복무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나 채용시 시력제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시안은 이 밖에 장애인이 다수 참여하는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장애인의 진정이 없어도 직권으로 차별행위를 조사하고 관련자의 출석이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위원회는 차별행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정을 할 수 있으며 조정안은 재판의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번 시안에 대해 기업이나 학교는 처벌 등의 조항이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하고, 장애인단체는 장애인의 범주가 축소되는 등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어 법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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