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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일본 골프계의 차별정책 치졸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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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가 외국인 선수들에게 ‘룰에 관한 필기시험’ 의무를 강화하면서 지난달부터 통역 동반을 금지하고 있다. 영어나 일본어로 출제되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참가자격 테스트를 받을 기회를 주지 않기로 했다. 당연히 본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다. 이 같은 조치는 외국인, 그중에서도 한국 선수들을 겨냥한 차별로 볼 수밖에 없다. 올해 일본 투어 상금랭킹엔 이지희·전미정을 비롯한 한국 선수 4명이 10위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 룰을 특정 언어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언어차별 정책을 택하고 있는 곳은 골프뿐 아니라 스포츠 모든 종목을 통틀어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일본협회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의 전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 8월 LPGA는 내년부터 외국인 선수들에게 영어 인터뷰 시험 통과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2주 만에 철회했다. 일본협회는 치졸하고 시대착오적인 차별조치를 즉각 철폐하는 것이 옳다.

일본 골프계의 행태가 잘못된 것임은 명백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에게도 외국어 습득에 적극 나설 것을 권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여자프로골프협회가 언어차별 정책을 시도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선수들이 대회에서 우승해도 언론 인터뷰에서 영어를 전혀 쓰지 않는 등의 문제를 스폰서들이 계속 지적해 왔다. 일본 역시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면 TV 중계의 인기가 떨어진다며 광고주들이 불만을 표시해 왔다고 한다.

프로 스포츠가 발전하려면 팬·관객의 관심과 사랑이 필수적이다. 한국 선수들이 갤러리나 언론과의 소통을 위해 분발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일본 스폰서나 일부 팬들의 내심이다. 외국인, 그중에서도 한국 선수가 활약하는 대회는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문제다. 만의 하나 그런 경우라 해도 프로의 해답은 한 가지밖에 없다. 더욱 뛰어난 플레이와 좀 더 관객 친화적인 서비스가 해답이다. 현지 언어 습득은 그 중요한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