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실명제 시급-가입때 본인확인 허술 사기.음란물 게재 부추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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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어리숙한 남성들로부터 7백만원을 가로챘다가 끝내 덜미가 잡힌'컴퓨터 꽃뱀'이원희의 본명은 이우석.이씨는 두차례나 PC통신에 여성 이름으로 가입해 남성들을 울렸다.

'통신논객'을 자처한 김윤호씨는 하이텔에 김선영이라는 가명으로 등록,'프리섹스''첫경험'등의 자극적인 글로 네티즌들의 얼굴을 뜨겁게 하다 가짜임이 들통나자 홀연 자취를 감췄다.

이같은 사건은'익명(匿名)의 천국'으로 불리는 PC통신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PC통신 인구가 2백만명을 넘어섰지만 각 서비스업체들은 회원 접수때 금융실명제처럼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화로 형식적인 확인만 하고있기 때문. 일반인들은 가입신청때 고객(guest)란에 들어가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등만 입력하면 된다.본인임을 확인하는 특별한 절차가 없다.따라서 불순한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도용(盜用)하거나 숫자하나만 바꿔 가명으로 등록,문제를 일으킬 경우 신원 추적이 쉽지않다.PC통신업체 관계자는“국내 2백만명의 유료가입자중 신용카드 대금결제 회원 20만~30만명만 실명이 확실할뿐 나머지는 행정전산망과 연동해 비교해 볼 수도 없어 진짜 여부를 가릴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행정전산망이 업체에 공개되지 않아 이용할 수 없고 일일이 주민등록초본이나 주민등록증 사본을 받는 방법도 검토해 봤지만 그럴 경우 업무량이 폭주하는데다 가입절차가 까다로워 회원이 뚝 떨어질 염려가 있다는 것.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도 PC통신 실명제에 대한 조항이 없는데 일을 만들어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하지만 PC통신 실명제는 사이버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미국의 경우 PC통신 실명제와 관련된 법은 없지만 신용카드 문화가 정착돼 아메리카 온라인.컴퓨서브등의 실명화율은 95%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 정보통신학과 정진욱교수는“음란물.폭력.사기사건 근절을 위해서도 실명제법안 마련이 바람직하다”며 신용카드 결제나 실명 가입때 우대(優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또 PC통신업체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 사전에 가입자의 실명을 확인토록 할 필요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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