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받은 정대근 입 열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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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검 중수부 수사 관계자의 말이다. 정대근(64·구속수감) 전 회장은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1월)와 휴켐스 매각(6월)을 최종 결정했다. 두 건의 대형 M&A 때 전권을 행사한 그에겐 세종캐피탈과 태광실업의 로비자금 70억원이 오갔다. 정 전 회장이 로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입을 연다면 정·관계에는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 있다. 그는 2006년 현대자동차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었다. 수사 당시 구명로비 자금으로 이 돈 중 일부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신병을 성동구치소로 옮겨놓고 거의 매일 소환조사하면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左)이 김태영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 회장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였으나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구명로비 자금으로 쓰였나=현재까지 조사에서 밝혀진 정 전 회장의 뇌물 액수는 세종캐피탈 홍기옥(구속)사장이 건넨 50억원이다. 이 돈은 노건평씨의 청탁전화를 받고 세종증권 인수를 결정해 준 데 대한 대가였다. 2005년 12월 10억원, 2006년 2월 40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이 돈 중 상당 액수를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돈을 받고 3개월 뒤인 그해 5월 대검 중수부에 전격 체포된 후 구속기소됐다. 2005년 11월 농협의 양재동 사옥 부지를 현대자동차에 싼 값에 매각하고 3억원을 받은 혐의였다. 당시 여권 인사들이 검찰 측에 “불구속 수사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다.

특히 정 전 회장은 1심 재판 진행 중에 자신의 변호인에게 “고위 정치인을 통해 담당 재판부에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문의했다. 당시 1심 변론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만류했다”며 “집행유예가 나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죄가 나와서 놀랐다”고 전했다. 정 전 회장은 당시 구속 후 2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1년여간 불구속재판을 받다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2007년 7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정 전 회장 측은 “구속 당시 여권 정치인들이 자주 서울구치소로 면회를 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당시 야권 의원들에게도 후원금을 내는 등 친분을 유지했다. 8년간이나 농협 수장을 지낸 정 전 회장이 농협과 관련된 사업의 이권을 이들에게 일부 줬다는 소문도 나온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20억원은 두 차례 정 전 회장에게 건너갔다가 결국 반환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돈에 대해 “휴켐스 인수를 위한 로비자금이거나 세종증권 인수라는 미공개 정보를 알게 돼 얻은 이익을 분배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 수사에 협조”=수사팀은 일단 계좌추적 과정에서 50억원이 몇 차례로 쪼개져 흘러간 단서를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금을 굴린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서서히 입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정 전 회장은 50억원이 모두 자기가 받은 것으로 확정될 경우 중형 선고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죄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징역 10년 이상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 전 회장과 친분 있는 인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박연차 회장 측도 마찬가지다. 정 전 회장이 세종증권 인수 관련 정보를 박 회장에게 미리 알려줬다고 시인하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처벌받게 된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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