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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월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라파 가옥 왜 부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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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이스라엘 군인들이 22일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의 한 팔레스타인 주민 집에서 발견된 지하 땅굴을 수색하고 있다. [라파 AP=연합]

이라크에서의 미군 포로학대 사태와 시아파의 저항으로 세계의 시선이 비켜간 사이 이스라엘에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라파 난민촌이 폐허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불도저와 탱크가 가옥 수백채를 흙더미로 만든 것입니다. 이스라엘군은 헬기와 탱크로 민간인도 공격합니다. 국제사회에선 '대량학살'이란 비난도 나옵니다. 오늘은 이스라엘의 '라파사태'를 알아보겠습니다.

1.라파 난민촌에서는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문제는 지난 11일 시작됐습니다. 이스라엘 병사 13명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라파에서 사망하자 이스라엘군이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시작한 겁니다. 동시에 이스라엘군은 사망자 가운데 폭사한 6명의 시신을 찾는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거주지를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밀어붙이자 라파의 팔레스타인 저항세력도 반발했고 이스라엘은 더 큰 공격에 나섰습니다. 18일 '무지개 작전'이란 이름으로 1967년 가자지구 점령 후 최대 작전을 시작했는데 이후 최소 4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9일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미사일을 쏴 10여명이 죽고, 22일에는 세살 난 팔레스타인 여자 아이가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거주지는 계속 폐허로 변해갔습니다. 현지 유엔기구는 23일 "지난 10여일간 수백채의 민간인 가옥이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파괴돼 1600여명의 민간인이 거리로 쫓겨났다"고 했습니다.

2.왜 라파 난민촌만 집중 공격을 받고 있나요.

이스라엘군은 라파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이 지역에 과격세력이 무기 밀수 통로로 이용하는 지하터널이 있다는 겁니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일대에서 무기 밀수용 땅굴 90개가 발견됐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그러니 과격 무장단체들을 소탕하고 지하터널을 없애기 위해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의 국경순찰로이자 우리의 비무장지대(DMZ) 같은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이라고 있는데 그 폭을 현재의 두배인 250m로 넓히려면 주변의 집을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이 장기간 라파 인근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땅굴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기만전술"이라고 비난합니다.

3.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다고 하는데 그게 라파사태와 무슨 연관이 있나요.

샤론 총리는 지난해부터 가자지구 전체 및 요르단강 서안의 4개 소규모 정착촌에서 철수하고 6대(大) 정착촌만 유지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국민 대부분은 이를 지지하지만 정작 샤론 총리가 주도하는 리쿠드당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결국 당내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 샤론 총리는 '가자지구의 무장단체들이 향후 이스라엘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지작업에 나서게 된 겁니다.

또 샤론 정부는 최근 기존의 '완전' 철수계획 대신 일부에서만 철수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라파 대공세도 '부분 철수'를 염두에 둔 작전이라고 봅니다.

4.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떤가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아랍연맹은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라고 비난합니다. 비아랍권의 비난도 거셉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일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안보리 상임.비상임 이사국 14개국 모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도 평소와 달리 기권표를 던져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올해 3월 등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이 제출될 때마다 거부권을 던져 이스라엘을 두둔해 왔었거든요.

5.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책은 없나요.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모두 폭력을 중단하고 대화를 해야 50년 이상 지속된 분쟁이 해결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지난해 미국.러시아.유엔.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을 독립시키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제시한 일정표(로드맵)도 협상을 전제로 한 것이거든요.

그러나 우선은 이스라엘의 자세변화가 더 필요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지적입니다. 팔레스타인 측도 자폭테러를 하지 말아야겠지만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지도자 표적 암살과 가옥 파괴 같은 강경조치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이 없어야 대화가 시작된다는 겁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 가자지구는…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서남부 지중해 연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띠 모양의 지역입니다. 면적은 363㎢로 남북 길이40km, 평균 폭 8km 정도인 작은 땅입니다. 140만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곳에 밀집해 살고 있습니다. 그중 절반 이상이 난민촌에 살고 생활수준도 팔레스타인 내에서 가장 낮은 곳입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은 이곳에 21개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어 7500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고 검문소도 19곳을 세워 팔레스타인 사람의 이동을 통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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