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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노조와 거리 두고 중도 성향 ‘산토끼’ 잡아 성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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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은 재활에 성공했던 두 선진국 정당의 재집권 시나리오를 ‘뉴 민주당 플랜’의 참고서로 삼고 있다.

우선 영국 노동당은 고정 지지층을 묶어둔 채 중도 성향의 ‘산토끼’ 사냥에 성공한 경우다. 1997년 5월 토니 블레어가 집권할 때까지 노동당은 18년 동안 선거에서 연패했다. 83년 총선에서 패한 뒤 등장한 닐 키녹 당수는 생각을 바꿨다. 당내 우파였던 키녹은 당 지도부 선출 등 당의 의사 결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노조의 지분을 축소했다. 대신 비노조 일반 당원들의 투표권을 확대했다. 93년 전당대회에선 블록 투표(노동조합이 자동적으로 행사해 온 투표 지분)를 폐지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졌다.

선거 전략도 업그레이드했다. 그는 당수 직속의 홍보기구(SCA)를 만들어 과학적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리더의 이미지와 화술을 개발해 냈다. 폐쇄적이고 급진적인 사회주의적 정책 노선에 근본 변화가 일어난 것도 이때다. 국유화 주장이 사라지고 시장의 역할이 부각됐다.

94년 당수가 된 블레어는 95년 4월 전당대회에서 산업의 국유화 목표를 규정한 ‘당헌 제4조’까지 폐지했다. 그리고 대외 개방과 기업 투자환경 개선, ‘일하는 복지’로 집약되는 ‘제3의 길’을 내세웠다. 블레어는 2년 뒤 집권에 성공했다. 고려대 고세훈 교수는 “민주당의 경우 치열한 노선 투쟁을 거쳐 이념 지향부터 분명히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 민주당의 집권은 느슨해진 지지층의 결속을 다져 성공한 경우다. 2004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당 의장이 된 하워드 딘이 주도한 풀뿌리 조직 복원이 출발점이었다. 경희사이버대 안병진 교수는 “당의 지역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온라인 지지자들을 자원봉사 등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 전 국민 의료보험 도입 주장 등은 “민주당다운 민주당”을 원했던 지지층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안 교수는 “하지만 오바마는 시민 통합과 경제정책에 대한 공화당과의 공조를 강조했다”며 “막연한 반대만으로 집토끼를 결집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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