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63. IOC 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레만호 언덕에 세워진 IOC 박물관.

 스포츠 외교는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올림피즘(Olympism)은 스포츠·교육·문화 세 가지로 구성된다고 한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의 철학이기도 하다. 올림픽 개회식의 절반은 문화행사다. 대회 기간 많은 학술행사도 열린다.

IOC 역사가 100년이 다 돼가도록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 변변한 박물관이 없었다. 기껏해야 무상 임대한 2층 건물에 몇 가지 기념품이 전시돼있고, 가끔 우표전시회 등을 여는 정도였다. 100주년을 맞아 IOC 박물관 건립 구상이 나왔고, 모금이 시작됐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일본이 앞장섰다. 나가노 올림픽이 결정된 직후 일본은 세이부·JAL·아식스·미즈노·파나소닉 등 여러 기업에서 24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모아 기부했다.

사마란치는 이때 100만 달러 단위로 박물관 현관에 기증자의 이름을 새기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국에서는 내가 모금에 앞장서 700만 달러를 거뒀다. 서울올림픽조직위(SLOOC)가 200만 달러, 삼성문화재단이 200만 달러, 삼성 100만 달러, 대한올림픽위원회(KOC) 100만 달러, 한국일보 100만 달러였다. 사실 삼성이 200만 달러였는데 이건희 회장이 KOC 부위원장이어서 KOC 이름으로 100만 달러를 하도록 양해해 준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IOC 박물관 현관에는 KOC의 이름이 붙어 있다. 한국일보 장강재 회장은 선친인 장기영 위원의 IOC에 대한 공헌을 기념해 사마란치가 요청한 기부금을 기꺼이 내줬다.

스페인·독일·홍콩·중국·미국 등도 참여하면서 모금액이 불어났고, TV 방영권료 등 IOC 적립금을 보태 총 1억5000만 달러를 들여 레만 호수 언덕 위에 박물관을 세웠다. 박물관의 전자장비는 주로 일본이 무료로 제공했다.

이 박물관에는 100년 동안의 각종 올림픽 자료, 기념품, IOC 관련 자료 등이 전시됐고, 역대 올림픽 전시 코너도 갖췄다. 물론 서울올림픽 코너도 있다. 94년 5월 열린 서울올림픽 코너 개관식에는 사마란치 위원장, 오기 스위스 대통령, 스페인 왕비, 로잔시장과 많은 IOC 위원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IOC 박물관에는 연 1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온다. 이들은 박물관을 둘러보며 자연스레 올림픽 정신을 되새기고, 올림픽 영웅들을 기억하고,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와 도시를 생각한다. 서울올림픽 관련 기념물과 영상물이 비치돼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다는 사실은 자부심을 느낄만하다.

박물관 이사는 IOC 집행위원 전원과 로잔의 주요인사들로 구성된다. 나도 집행위원을 하는 8년간 이사를 맡았다. IOC 박물관에는 일반 전시와 함께 가끔 중국 문화전, 러시아 예술전, 각종 음악회가 열리고, IOC TV위원회가 개최되기도 한다.

박물관 현판에 새겨져 있는 기증자 이름은 한국의 국력과 올림픽에 대한 공헌을 알리고 있다.

김운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