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작가 김효제 1周忌 추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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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젊은이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이뤄놓은 것은 없을지 모르나 이룰 수 있는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재능있는 예술가의 죽음은 더 큰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서른넷의 나이로 우리곁을 떠난 판화작가 김효제씨의 죽음도 그가 이루어낼 발전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데서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난지 꼭 1년만인 오는 14일 그를 추모하고 그의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유작전이 열린다. ‘김효제의 산·길·꿈전’이란 이름으로 서울강남구청담동 갤러리 시우터(3442-5161)에서다.

김효제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후 그가 머물렀던 자리를 그리워한 50여명의 미술인들로 구성된 김효제 유작전추진위원회가 전시를 마련했다. 이 위원회에는 그가 생전에 활동했던 현대목판화회와 후기목판화회에 속한 많은 판화작가들이 포함돼 있다.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 판화계를 주도해온 김상구 화백과 김내현화랑의 대표 김내현씨등이 이 모임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조각 전공자가 판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그는 자연의 이미지를 서정성 가득한 화면에 채운 목판화로 주목받았다. 목판화면서도 마치 연한 파스텔로 직접 그린듯한 작업에서 그의 남다른 감수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판화작업에 본격 몰두하던 90년대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84년 처음 시작한 전통적 방식의 흑백 목판화 작업들도 눈에 띈다. 생전의 마지막 개인전이었던 갤러리메이 전시에서 선보였던,파지를 이겨 화판으로 사용한 독특한 방식의 부조판화도 신선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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