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 치매노인들 3년째 돌보는 '수덕의 집' 송행자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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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모에 대한 효도.공경심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던우리네 전통 유교사회에서도.긴 병에 효자없다'는 속담이 있다. 더욱이 부모와 가족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 요즘 치매노인은 단란한 가정을 깨뜨리는 부모로 낙인돼버린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속에서도 가정과 자녀로부터 버림받은 무의탁 치매노인들을 3년째 자신이 세운 요양시설.수덕의 집'에서 친부모처럼돌보고 있는 송행자(宋幸子.54.광주시북구문흥동929)원장은 남다르다.宋원장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수덕의 집에 전화를 걸어 치매노인들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리고 집안일을 대충 끝낸 오전10시쯤 자신이 무의탁 치매노인을 돌보기 위해 나주시남평읍우산리 인암마을에 세운 수덕의 집으로 달려간다. 그동안 20년 넘게 자원봉사를 해온 宋원장은“평소에는 잘 찾아오다가도 치매가 닥치면 발길이 끊기는 안타까운 사례를 여러차례 보았다”며 요양시설을 세운 계기를 말했다. 현재 치매를 앓는 노인 5명,무의탁 노인 6명,소년소녀 가장2명등과 함께.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일궈가는 수덕의 집은 독지가의 도움으로 지난 95년 9월 문을 열었다. 또 宋원장은 자신이 거주하는 문흥동 상가에 정부 지원금과 독지가 성금등으로 52평짜리 임시보호시설을 개설,출장.여행등으로자녀들이 맡긴 치매노인을 돌봐주고 있다. 치매와 무의탁 노인을 돌보는데 드는 한달 2백50만~3백만원은 자원봉사자.독지가 성금과 가정형편 때문에 치매 부모를 맡긴자녀들이 인사비조로 건네는 돈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치매는 폭력행사.배회.침뱉기.잠 안자기.대소변 못가리는 것등 70여가지의 비정상적인 행태로 나타난다”는 宋원장은“하지만사랑과 정성만 있으면 이런 증세도 호전될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宋원장은 자신을 따르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온 정성을 쏟아 치매노인 2명을 정상인으로 호전시킨 사례를 발표한 적도 있다. 宋원장은“치매는 한 가정에 국한되는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또 하나의 과제”라며“치매환자를위한 요양시설 확충이 시급한 때”라고 강조했다.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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