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고서 한 장에 줄줄이 하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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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외국계 증권사를 경계하라’.

상장사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계 증권사가 내는 보고서 때문이다. 목표 주가를 왕창 깎은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해당 기업 주가는 추풍낙엽이 되기 일쑤다. 최근 외국계 보고서가 맹위를 떨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많이 팔면 주가가 급락하고, ‘사자’로 돌아서면 급등하는 일이 되풀이된다. 이런 일이 거듭하자 외국계 보고서의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외국인은 아무래도 외국계 보고서를 더 참고하지 않겠느냐는 예상 때문이다. 외국계 보고서는 내용도 파격적이다. 목표 주가를 절반으로 후려치는 것은 예사고 단번에 70%까지 깎기도 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충격에 가까운 보고서가 나오니 해당 기업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건 당연하다.


◆외국계의 ‘오럴 해저드’=첫 표적은 조선업종이었다. 1월 말 맥쿼리 증권이 “경기 침체로 선박 주문이 확 줄 것”이라며 목표가를 크게 낮췄다. 삼성중공업 목표 주가를 한꺼번에 70%나 깎았다. 이후 조선주는 급락했다. 9월엔 메가스터디가 골드먼삭스의 부정적 보고서로 홍역을 치렀다. 10월에는 현대증권·현대중공업·LG전자·미래에셋증권이 표적이 됐다.

지난달 24~26일엔 GS건설과 자동차업종·LG전자가 잇따라 희생양이 됐다.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나빠질 것이란 보고서에 주가는 요동쳤다. 하한가로 추락한 종목도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상장사 임원은 “어디서 어떤 보고서가 나올지 몰라 좌불안석”이라며 “외국계 증권사가 자료를 요구하면 최대한 성의껏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헷갈리는 근거=국내 증권사는 최근 외국계가 내놓은 보고서에 의문을 표시할 때가 많다. 근거가 부정확하거나 이미 알려져 주가에도 반영된 게 적지 않다는 것이다. JP모건은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부실이 많다는 보고서를 냈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통계를 멋대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GS건설 목표 주가를 낮춘 근거로 해외 플랜트 수주가 급감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GS건설의 주력 분야인 석유정제공장 건설은 대부분 국책사업이어서 불황을 별로 타지 않을 거라는 게 국내 증권사의 예상이다. 외국계 증권사끼리 엇갈리는 보고서를 낼 때도 있다. CLSA가 GS건설에 대해 부정적 보고서를 낸 다음날 JP모건은 ‘비중 확대’ 의견을 냈다. 10월에는 JP모건이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자 메릴린치는 “증권주 가운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참고용으로만 활용해야”=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비관적인 외국계 보고서는 외국인보다 국내 개인이나 기관투자가에게 더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지난달 25일 자동차회사 전망이 어둡다는 노무라증권 보고서가 나오자 국내 기관들은 기아차 주식을 479억원어치나 팔았다. 반면에 외국인은 26억원어치를 샀다. 10월 JP모건이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팔자’ 의견을 냈을 때도 외국인은 나흘 동안 35만 주를 매입해 지분을 늘렸다.

보고서 때문에 며칠 폭락하다 되레 더 오르는 경우도 있다. JP모건의 표적이 됐던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금감원의 경고가 나온 뒤 4일간 40% 급등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증권사 보고서에 휘둘려 뇌동매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목표 주가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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