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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곁의문화유산>산천 남사마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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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리산 천왕봉을 찾아가는 길은 여럿된다.그중 진주에서 단성을거쳐 중산리나 대원사로 가는 길이 제일 많이 이용된다.단성을 지나는 길 오른쪽으로 문익점의 면화 시배지가 있다.만백성에게.옷'을 입힌 문익점의 수고로 마음이 목화솜처럼 따뜻해질 무렵,곧바로 역시 오른편에 나서는 한옥 마을. 예사 한옥보다 덩치가 부쩍 더 커 보이는 기와집이 여러 채 모여 있다.어림잡아도 10여 채가 넘는다. 경남산청군단성면남사리.동쪽으로 뻗어나온 지리산의 정기가 아직도 생생한 남사마을은 마을 북쪽으로 실개천이 반달모양으로 휘감고 있다. 40여 가구와 논들이 반달 모양의 땅 안쪽에 들어서 마을을 이루는데,집집마다 높은 흙돌담장을 둘렀다. 곳곳에 은밀하고도 깊숙한 고샅이 줄을 잇는다. 겨울이라 아늑한 맛은 덜하지만 묵은 기와집의 골격이 고스란히드러난다. 크고 풍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무성한 잎을 만들어 그늘을 드리우고 꽃을 피우고,탐스러운 주홍색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을 고샅 풍경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다.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은 1920년에 지었다는 최재기 가옥.가장 오래된 집은 18세기 초에 지었다는 이상택 가옥의 안채다.이 집의 사랑채는 20세기 초에 지었다는데,그 차이를 비교 관찰하면 2백년 동안 한옥이 변해온 흔적이 보인다. 이상택 가옥으로 가는 길목에는 양쪽 담에서 자란 큰 나무가 서로 교차해 터널을 이루기도 한다. .사양정사'라 이름붙은 사랑채는 정면 7칸.측면 3칸으로 그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남사마을의 한옥은 대부분 20세기 초에 지어진 부농 주택들이며,그 부를 과시하기 위함이었던지 건축 곳곳에 과장과 장식이 두드러진다. 충남아산 외암마을과 경북경주 양동마을,안동 하회마을,전남순천낙안읍성마을,강원고성 왕곡마을,제주 성읍마을등 전통 민속 마을들이 여럿있다.그러나 이들 마을은 박물 같은 인상을 깨끗이 지우긴 어렵다. 정작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은 지리산 산골 남사마을에.고향'이 남아 있었다. *거창.산청 방면에서 3번국도를 따라 진주 방면으로 간다.원지에서 오른쪽으로 난 20번국도를 따라 지리산 중산리쪽으로 5.5㎞정도 가면 길 오른쪽에 남사마을이 보인다. 글 =김효형〈한국문화유산답사회〉 사진=김성철〈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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