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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인 찾던 괴한들, 이탈리아인에겐 “됐다” 그냥 지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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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도 중서부 뭄바이에서 26일(현지시간) 밤늦게 발생한 테러 범인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의 장소를 무차별적으로 노렸다. 서양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고급 호텔과 기차역·병원·영화관 등 10여 곳이 연쇄 테러 공격을 받았다. AFP통신은 인도 군 고위관리를 인용 “테러범들은 파키스탄에서 잠입했다”고 보도했다. 전례없는 동시다발 테러에 1200만 명이 사는 인도의 ‘경제 수도’ 뭄바이는 아비규환에 빠졌다.

26일 밤(현지시간) AK-47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테러 용의자가 인도 뭄바이 차하트라파티 시바지 기차역에 들어오고 있다(왼쪽 사진). 테러가 발생한 타지마할 호텔 밖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이 총격 소리에 놀라 급히 몸을 피하고 있다. [뭄바이 AP=연합뉴스]


27일 오후 ‘타지마할 팰리스 앤드 타워(타지)’와 ‘트라이던트 오베로이(오베로이)’ 등 특급 호텔 2곳을 포함해 뭄바이 여러 곳에서 인질 200여 명이 억류된 채 대치가 계속됐다. 객실에 숨어 있는 사람까지 합치면 호텔에 있는 사람은 수백 명에 달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구출 작전은 이날 저녁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도 육군·해병대·국가안보대(NSG) 요원으로 구성된 특공대 여러 팀이 두 호텔에 투입됐다. 테러범들의 저항으로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지만 타지 호텔에 잡혀 있던 수십 명의 인질은 모두 풀려났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하지만 28일 오전 1시 현재 오베로이 호텔에서는 교전과 대치가 반복되고 있다. 이날 교전으로 경찰 14명과 군 특공대원 10여 명이 숨졌다. 테러범은 10명 이상 사살되고 9명이 체포됐다. 외신이 보도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26~27일 ‘지옥의 하룻밤’을 재구성했다.


◆아수라장 된 타지 호텔=“친구 결혼식 피로연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오후 9시45분쯤 커다란 폭음이 들렸다. 곧이어 귀를 찢는 듯한 자동소총 소리가 들렸다.” 타지 호텔 테러 현장에 있었던 31세 남성은 전화로 테러의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피로연장의 유리창이 산산조각났고 하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다”고 말했다. 테러범들이 호텔에 들이닥쳤을 때 미국인 클레런스 리치 디펜더퍼는 저녁을 먹고 5층에 있는 비즈니스센터로 가는 길이었다. “모자 달린 티셔츠를 입고 AK-47 자동소총을 든 사내 하나가 뛰어내려 오며 총을 쏘고 수류탄 4발을 던졌다. 난 정신없이 내 방으로 달려갔다 .”

◆테러범들, 영국·미국인 색출=타지 호텔이 아수라장이 됐을 무렵, 영국인 알렉스 체임벌린은 오베로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힌두어와 우르드어(인도 이슬람 교도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테러범들이 몰려와 그를 계단 쪽으로 내몰았다. 체임벌린은 “범인들은 영국인과 미국인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한 인질이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하자 ‘됐다’며 그냥 내버려뒀다”고 전했다.

호주인 사업가 개릭 하비슨은 테러범들을 피해 침대 밑에 숨은 채 악몽 같은 5시간을 보냈다. 그는 “처음 굉음을 들었을 땐 누군가 폭죽을 터뜨리는 줄 알았다”며 “밖을 내다보고서야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기차역·카페서도 참사=뭄바이 남부에 위치한 차하트라파티 시바지 철도역에는 오후 10시30분쯤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뭄바이 철도경찰 책임자인 샤르마는 “인디아 게이트웨이에서 첫 총격이 시작된 후 곧 역 대합실 등으로 번져 45분간 총격이 계속됐다”며 “경찰관을 포함해 수십 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말했다.

호주인 데이비드 코커는 여자 친구와 함께 뭄바이의 명소 레오폴드 카페에 들렀다가 테러를 당했다. 주문을 끝내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자동소총을 든 괴한들이 가게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운좋게 무사했지만 괴한들이 난사한 총탄에 여자 친구는 허벅지를 맞고 쓰러졌다. 코커는 “괴한들은 어려 보였다”며 “그들은 꼭 미친 듯 날뛰었다”며 끔찍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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