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상가 근저당 왜 … ‘실제 주인 = 노건평’ 안전장치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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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사장은 세증증권 매각이 성공한 뒤 정화삼·정광용씨 형제에게 30억원을 건넨 장본인이다. ‘성공 사례비’로 구입한 건물에 그 사례비를 준 장본인이 근저당을 잡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홍 사장의 근저당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올해 3월 3일 해지됐다. 왜 이런 일이 빚어졌고, 상가의 실제 주인은 누구일까.

◆실제 주인은 노건평씨?=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이영수씨는 김해시의 상가를 2006년 5월 29일 구입해 6월 21일 등기를 마쳤다. 구입 자금은 정화삼씨가 2006년 2월 세종증권 측에서 받은 30억원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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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상가에는 2006년 7월 7일 홍 사장 명의로 채권최고액 5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됐다. 등기를 마친 뒤 불과 보름 남짓한 시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근저당 설정은 채권이 있어서 건물을 담보로 잡는다는 의미”라며 “로비 자금을 준 뒤 돈을 받을 게 있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의 실제 주인이 이씨나 장인 정화삼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에 따르면 세종증권 측은 당초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을 상대로 한 로비가 실패하자 정 전 회장을 잘 아는 노건평씨를 소개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는 정 전 회장과 세종증권 측을 연결해줬다.

매각 대금이 1039억원이나 되는 거래를 성사시킨 대가로 증권사 인수의 키를 쥐고 있던 정 전 회장은 50억원을 받았다. 세종증권 측이 한쪽 당사자인 건평씨에게 사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 있다.

실제로 정화삼씨에게 간 30억원 중 일부는 건평씨를 보고 준 것이라는 진술이 나왔다. 검찰은 이미 실제 주인이 건평씨라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평씨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안전장치로 근저당 설정했나=‘성공사례비’를 받을 당시 노건평씨는 대통령의 형이라서 직접 돈을 받기 껄끄럽자 정씨 형제가 노건평씨 몫으로 상가를 사뒀고, 홍 사장이 보증인으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혹시 벌어질지도 모르는 소유권 다툼을 우려해 건물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걸어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영수씨는 2006년 8월 불법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다 적발된 이후 이 상가를 팔려고 했다. 그러나 5억원 근저당 때문에 매매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한다.

상가 건물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오락실이 없어지고 나서 두 차례 이씨가 찾아와 매매를 의뢰했었다”며 “내가 근저당을 없애야 팔든 세를 주든 할 수 있다고 하자 없앨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곧바로 근저당을 말소하지 못했다. 이 상가의 근저당이 말소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다.

상가는 김해 시내에 위치한 10층짜리 건물의 1층이다. 분양 평수는 115평이고 실 평수는 85평가량 된다. 9억2000만원에 구입한 이 상가는 현재 13억여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현·김진경 기자

◆근저당이란=채권의 담보로서 저당권을 미리 설정하는 것. 채권자가 채무자의 물건을 점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는 모든 경우에 그 물건을 처분해 채권을 갚는 데 쓸 수 있는 권리다. 근저당권 설정은 계약과 등기로서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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