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일 신의주 방문” … 개성공단 버리고 북·중 경협 택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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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의주 산업시설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화장품 공장의 비누 생산라인을 시찰하는 장면. 통신은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문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30장의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왼손을 반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은 상태였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개성이 남북 교역의 상징이라면 신의주는 북한의 대중 교역의 핵심 기지다. 이 때문에 북한의 선전선동부가 대남 차단 조치를 한 다음 날 김 위원장이 신의주 산업시설을 시찰했다고 보도한 것은 남북 경협 대신 북·중 교역으로 탈출구를 뚫을 수 있다는 우회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일성종합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남북 관계가 중단될 경우 북한은 다른 쪽에서 수입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가장 빠른 방법은 대중 교역을 확대하고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도 “신의주 방문 보도는 개성을 포기하는 대신 신의주로 상징되는 대중 교역을 뚫겠다는 과시”라고 지적했다.

압록강 건너 중국의 단둥과 연결돼 있는 신의주는 북한의 제1교역국인 중국을 상대하는 교역 기지다. 북한이 과거 중국을 끌어들여 대규모 경제특구를 조성하려고 했던 곳이다. 조 팀장은 “북·중 교역량의 80%가량이 신의주-단둥에서 처리된다”며 “신의주는 현재 대중 상품·물자 교역을 도맡는 북한 내 최대 중개 도시”라고 설명했다. 북한 역시 단둥에 노동당 39호실 소속 광명성총회사 등 대표적인 무역 회사들을 상주시키고 있다. 반면 개성은 북한의 제2교역국인 남한의 기업 80여 곳이 입주해 북한 근로자 3만50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남 교역 창구다. 금강산 관광이 끊긴 북한엔 매달 현찰이 정기 입금되는 최대 달러 박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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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에 따르면 24일 개성에서 남측 인사들에게 ‘차단 조치’를 통보한 김일근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의 전직은 황해도 인민위원장이었다. 인민위원장은 도당 비서에 이어 해당 지역의 행정 업무를 총지휘한다. 도 인민위원장에게 개성공단을 맡긴 것은 북한이 공단의 경제적 실익을 익히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개성공단은 남한발 개혁·개방 바람이 들어가는 자본주의 학습장이기도 하다.

북한의 24일 ‘개성공단 조치’는 그래서 돈줄은 살리되 ‘개방 오염’은 막는 절충안으로 등장했다. 다른 남북 교류는 중단시켜도 공단에 대해선 “생산업체의 기업 활동을 특례적으로 보장하지만 경영에 극히 필요한 인원들만 남기라”고 통보했다. 남측 인원을 최소화시켜 남북 주민 간 접촉면을 줄이고 공단 운영에서도 북한의 입김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돈과 개방 진원지라는 이중성을 지닌 개성공단을 놓고 북한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는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경제보다 정치 논리가 앞서는 곳”이라며 “단기적으론 손해를 보더라도 체제를 위해 개성을 포기하는 수순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곧바로 폐쇄 조치를 강행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은 향후 대미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일 경우 입주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나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공단을 닫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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