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범 “막을 테면 막아 봐” … 과감한 3점포에 동부 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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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가 25일 홈인 울산에서 동부를 94-86으로 깼다.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를 기록한 동부는 7승4패로 선두에서 물러났다. 모비스와 함께 공동 2위다. 반면 모비스의 상승세는 하늘을 찌른다. 올 시즌 양강으로 불리는 KCC와 동부를 모두 이겼다. KCC엔 2승을 거뒀고 동부도 잡았다. 지난해 9위에 그쳤던 모비스는 올해 돌풍을 넘어 우승을 바라보고 달리게 됐다.

모비스의 리더로 성장한 김효범은 요즘 겁이 없다. 틈만 나면 덩크슛을 한다. 감독들은 혹시 실패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에 쉬운 레이업슛을 원하지만 그는 막무가내다. 수비수를 달고도 덩크슛을 하기도 해서 유재학 감독을 불안하게 한다.

동부 김주성(뒤)이 모비스 블랭슨과 리바운드 볼을 다투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78-82로 뒤진 4쿼터 5분쯤 김효범은 동부 외국인 선수 화이트를 바로 앞에 두고 3점슛을 던졌다. 점프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에게 막을 테면 막아 봐라는 듯 전혀 거리낌이 없었고 이 공은 골대에 꽂혔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모비스는 이 3점슛으로 경기를 시소로 돌렸다.

김효범은 1분 뒤 또 ‘사고’를 쳤다. 3점슛 라인 1.5m 뒤에서 그냥 슛을 던져버렸다. 확률상 던지면 안 되는 슛이었다. 물이 오른 김효범은 그런 확률 따윈 생각도 안 했다. 이 골도 골망을 갈랐고 모비스는 86-8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원래 그런 슛은 용납하지 않지만 들어가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다”며 웃었다.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모비스 쪽으로 넘어왔다. 동부는 마지막 4분 동안 1득점에 그쳤다. 김효범은 종료 1분 40초 전 또 다시 3점슛을 터뜨리면서 점수를 90-84로 벌려 승부를 갈랐다.

김효범이 이런 자신감을 갖는 것은 수비 덕이다. 유재학 감독은 “리그에서 가장 수비가 좋은 선수”라고 칭찬한다. 수비가 좋기 때문에 유 감독은 김효범이 공격에서 실수해도 경기에서 빼지 않는다. 그 믿음이 김효범에겐 커다란 힘이고 그는 공격에서 과감하다. 김효범은 4쿼터 9점 등 총 20득점으로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했다.

동부 김주성은 17득점에 4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어시스트도 5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팀은 졌다. 동부는 최근 1승3패로 난조다. 최근 5경기에서 1승4패를 기록하며 중위권으로 밀려난 KCC의 사정이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은 길게 보고 있다. 평균 23.8득점을 하는 주득점원인 외국인 선수 웬델 화이트를 4쿼터 중반 빼 버렸다. 전 감독은 “수비는 다 뚫리고 공격할 때는 어설프게 돌아다니고 있어서 자극을 주려 뺐다. 져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승부는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 난다. 지금은 팀 조직력을 맞추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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