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하다지만 … 통신도 통신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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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통신주는 전통적으로 불황에 강하다. 다른 산업보다 경기를 덜 타기 때문이다. 올 들어 24일까지 코스피지수가 거의 반 토막 나는 동안 거래소 통신업종 지수는 20%가 채 안 빠진 것도 그래서다. 증권업계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통신주의 상대 강세가 이어질 걸로 보고 있다. 하지만 통신업종이라고 사정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과열 경쟁이 수그러들고 있는 이동통신이 가입자 유치를 위한 진검 승부가 펼쳐지는 유선통신보다 나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한숨 돌린 이동통신=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4538만 명으로 휴대전화 보급률이 93%에 달한다. 내년엔 4617만 명(94.6%)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거란 게 업계 관측이다. 가입자를 더 유치해 돈을 버는 게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덩치를 키우려면 남의 손님을 빼앗아야 한다. 그간 주요 이동통신사가 사활을 걸고 고객 유치에 나섰던 이유다. 올 상반기 경쟁이 특히 치열했다.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규제 폐지와 특정 회사 서비스를 일정 기간 이용하기로 계약하는 의무약정제 도입을 앞두고 가입자 선점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 급증으로 KTF는 2분기에 적자까지 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1~2년씩 발이 묶인 의무약정 가입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현재 의무약정 이용자는 863만 명으로 전체의 19%다. 특히 이 중 57%인 493만 명이 2년간 특정 회사 서비스를 쓰기로 계약한 사람이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다른 회사 가입자를 채오기 어려워졌지만 뺏길 걱정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자기 회사 서비스 이용자 간에 요금을 깎아주는 망내 할인 서비스도 고객 이탈을 막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화증권 박종수 연구원은 “마케팅 비용 감소로 이동통신사의 내년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며 “경기 침체로 실직한 사람도 구직활동을 하려면 휴대전화는 필요한 만큼 소비 감소 우려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춘추전국’ 유선통신=유선통신의 절대 강자는 집 전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KT다. 하지만 집 전화 사용이 줄면서 이 회사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 전화(VoIP)라는 복병까지 만났다. 지난달부터 인터넷 전화도 휴대전화처럼 번호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가입자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초고속 인터넷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각 회사가 경쟁적으로 신규 가입자에게 3~6개월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금도 내리면서 수익성이 뚝 떨어졌다. 인터넷(IP) TV 도입으로 전화·인터넷·IPTV를 합친 결합상품 간 경쟁까지 심해져 마케팅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종수 연구원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유선통신주보다는 이동통신주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T를 제외한 다른 유선통신주는 나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진창환 연구원은 “SK브로드밴드·LG데이콤 같은 후발 주자는 KT의 시장을 잠식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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