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 세계화 배우기-과정분석書 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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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새해 들어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있다.독일의 계간문예지.디 호렌'은 60년대 이후 한글세대 작가들의 작품으로만 제184호 특집호를 꾸몄으며 중남미에서 가장권위있는 월간 문예지.뷔엘타'96년 12월호는 오세영 시인의 시 3편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한국 시인들의 작품을 격월로 실을 예정이다.
지금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과제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마침 문제 해결의 힌트가 될 만한 보고서 한권이 나왔다.바로 삼성문화재단이 기획.후원하고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조사한.일본문학 의 세계화과정 기초연구'.노벨상을 두번이나 수상하고 세계문학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문학의 세계화 과정을 심층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세계와 그들의 작품 번역상황과 해외활동까지 상세하게 분석했다.
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의 작품은 수상전에 이미 16편의 작품 79종이 번역됐다.대표작.설국'은 7개국에서 10여종이 번역됐으며 특히 노벨상을 수여하는 스웨덴에서 이미 3편 4종이 번역 출판됐다.94년 수상한 오에 겐자 부로 작품도수상전에 17개국에서 25편의 작품 79종이 번역돼 읽혔다.기업이나 문학단체 후원 아래 출판사들의 체계적이고 집요한.번역 공략'이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것이다.
또 가와바타는 48년 펜클럽 회장으로 취임해 여러차례 국제펜대회에 참가했다.이를 통해 모리악.엘리어트등 세계적 문인들과 교류하고 독일에서 괴테메달,프랑스에서 예술문화훈장등을 수상하는등 세계로부터 일본의 대표적 문인으로 인정받고 있 었다.오에는중국.파리.미국.오스트리아.멕시코등지의 인권.민주화 시위에 참가해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뿐만 아니라미국및 멕시코.브뤼셀등지에서 일본.일본인.일본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강의해 지명도를 높여나갔으며 이것이 노벨상 수상에 결정적도움을 주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일본문학의 세계화는 민간 주도로 수행된 것이 특징이다.정부는민간단체의 문학사업을 후원하고 유도하는 역할만 할 뿐 직접 주관해 수행하지는 않는다.도요다재단.고단샤인터내셔널.펜클럽.저작권에이전시등 기업의 문화재단과 대형출판사.문학단 체등이 하나가돼 일본문학의 번역출판및 해외보급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지금까지 2만여종의 문학작품을 번역출판해 세계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는 반면 우리 문학은 불과 4백38종만이 16개 언어로 번역돼 있는 실정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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